[부동산 공시가의 명암] 현실화율 성과…부족한 산출근거 검증은 십수년째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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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최지현 기자
입력 2022-07-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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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올해 11월 개편안 마련…내년 상반기부터 적용 계획

  • 적정가격과 시세 간 괴리…매년 수치만 끌어올리는 방식 문제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송파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오는 21일 첫 세법 개정안을 예고하면서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면서 해묵은 과제가 해소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12일 ‘2022년 개별공시지가 권역별·용도별 균형성 실태조사 용역’ 제안요청서에 대한 사전공개를 마치고 조만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동산 공시제도 토대가 되는 ‘부동산가격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부동산공시법)'은 1989년 지가 산정 기준을 정하고, 토지·건물·동산 등에 대한 적정한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후 현재까지 23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법률 수정 작업이 이뤄졌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현실화율이라는 수치를 설정했다는 성과도 있는 반면 목표치가 너무 올라가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2020년 69%였던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한 자릿수에 그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9.05%로 치솟았고, 올해도 17.22% 뛰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4번째 개편’ 임무 맡은 원희룡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문제”

공시가격 현실화의 ‘칼자루’를 쥐게 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지사 시절부터 투명한 보유세 체계 완화를 강조해왔다.
 
원 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공시가격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실 시가에 끼워 맞추다 보니 비용을 많이 들여 공시가격을 정했는데 같은 단지에서도 가격이 달라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추진을 국정과제로 반영해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우선 출발은 2020년에 수립된 현실화 계획이다. 목표 현실화율(90%)과 목표 달성 기간(5~15년) 등에 대한 이행 결과를 분석하고, 수정‧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국토부 방침이다.
 
특히 국토부는 경제위기나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외부 충격이 있을 때는 계획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등 탄력적 조정 장치 신설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근본적인 공적 목적을 위해 정부가 별도로 산정 중인 공시가격 성격과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행정제도 등에 대한 다른 가격 기준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는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통해 11월 중 수정‧보완 방안을 마련한 후 내년 공시부터 적용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 개선 방안을 준비해 내년 공시가격 산출에 적용할 것”이라며 “해당 연구용역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 이후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보완해 집중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공시법 전면 개정 불가피···현실화율 폐지 주장도
 
전문가들은 현실화율 숫자보다는 공시가격 산출 근거 공개와 검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적정 가격은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면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말한다. 일종의 ‘시세’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격차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는 “연립빌라와 토지 공시가격은 매년 상승했으나 아파트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부분적으로 상승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됐다”면서 “분석 결과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계획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거나 실행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감정평가학회장)는 “현실화 로드맵은 공시가격 오류를 감추는 일종의 ‘베일’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주장했다.
 
정 교수는 2020년 전국 지방자치체 최초로 설치된 제주 공시가격 검증센터장을 맡아 원 장관과 함께 이 문제를 지적해왔던 학자다. 그는 “한국 공시가격제도는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가 돼 국토부 공무원들은 이걸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난감할 것”이라며 “최근 2년간은 워낙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아서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공시가격제도 변화에 동력이 됐지만 올해부터는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들어가 동력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법 1조와 2조에서 규정한 ‘적정 가격’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공시가격과 시장 상황이 괴리된 상황에서 적정 가격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실화율과 같은 항목을 도입했는데 그렇다면 더욱 적정 가격은 찾을 수 없게 된다”면서 “공시법과 제도 운용이 따로 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공시법 전체적인 수정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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