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노화지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노화현상을 세포수준에서부터 개체수준까지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단위세포에서 개체까지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노화과정을 전반적으로 모순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방법이 간단하여야 한다. 간단할수록 오류가 적으며, 오류가 적어야 비교분석이 명확해진다. 또한 비용이 낮아야 한다. 고가의 막대한 장비가 소요되는 방법이라면 보편화될 수 없다. 그리고 노화지표의 활용범위에는 질병위험도와 개인의 수명예측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인구고령화 시대에 들어서 노화지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는 인구 Dataset들이 대부분 연령80대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왔기 때문에 수명 백세시대에 지금까지의 지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이다. 80대까지 연령증가에 따라 일정하게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지표들이 90대 넘어서는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자료의 단순한 외삽적(extrapolation)인 해석은 큰 오류를 빚게 된다. 또한 노화지표 확정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인 노화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체마다 다르며, 장기나 조직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한 지표개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고전적 노화속도 측정방법에는 신체적 계측과 생리적 지표 및 혈액지표가 있다. 신체 계측지표는 신장, 체중,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근육량, 골밀도 등이며, 생리적 지표로는 운동부하 여부에 따른 심폐기능변화와 보행속도, 보폭, 균형도, 악력 등이 이용되고 있다. 노인의 경우에는 기능저하에 집중하여 노쇠지표, 생활독립 정도 평가를 위한 일상생활능력과 도구적 일상생활능력지표, 심리적 노화정도 측정을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나 전반적 우울증평가를 활용하여 치매나 우울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들이 추가되고 있다. 반면 임상검사에서는 혈액을 활용하여 다른 질병들과 비교분석이 가능한 혈액적 패턴과 생화학적 지표 및 염증인자와 사이토카인 패턴, 노화연관분비형질 및 영양소, 대사물질과 내분비물질의 프로파일 등을 노화지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마치 이발하고 목욕하고 단장하면 젊어져 보이듯 생활패턴변화나 외부적 환경변화에 의해 변하는 일시적인 외형적 변화를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신체의 고유한 본질적 노화상태를 평가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근 오믹스(omics)방법과 AI와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혁신적 노화지표들이 차례로 개발되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유전자시계라고 알려진 텔로미어 길이 변화나 유전자수선 기능척도와 염색체 상태와 같은 생명의 본체인 유전적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서 유전전사체 전량조사에 의한 노화에 따른 유전체 네트워크 변화와 DNA의 CpG 부위의 메틸화로 일어나는 후생유전적 변화 및 혈장단백질체 패턴이 질환과 생리상태 및 연령에 따라 특정하게 변화됨이 밝혀지면서 보다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영상처리기법의 발달은 얼굴 또는 피부 이미지를 활용하는 노화평가방법에 덧붙여서 영상이미지를 활용하여 생체의 경구조물인 골, 관절, 근육을 표적으로 AI와 딥러닝 방법을 통하여 노화를 예측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유전체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신체의 경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이 추가 되면서 노화현상의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네트워크가 차차 규명되어 보다 융합적이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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