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롯데카드만은 달랐다. 롯데카드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269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나 늘며 ‘나 홀로 질주’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도 무난히 ‘업계 4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다름 아닌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이다. 조 대표는 지난 2년 반 동안 신용카드업 본질에 집중하는 동시에 다양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며 탄탄한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아주경제는 조 대표를 직접 만나 업황을 비켜 갈 정도로 단단한 롯데카드만의 ‘성장 방식’에 관해 물었다. 아래는 조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2년 7개월 정도 지났다. 그동안에 대한 소회는.
취임 후 첫 2년 동안은 신용카드사로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단기 신용 공여’를 수행하는 금융사업자로서 역량과 책무에 충실하고,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했다. 이후 타 카드사들과는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 그리고 롯데카드만의 독자적인 ‘가치 창출’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로카(LOCA) 시리즈’다. 로카 시리즈는 단언컨대 경영 일선에서 만들어 낸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자신한다. 기존에는 생소했던 ‘세트카드’라는 신개념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고객은 카드사가 알아서 카드 두 장 실적을 합산해주고 최상의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이에 힘입어 출시 2년 만에 ‘200만장 돌파’라는 놀라운 성과도 거뒀다. 롯데카드가 역대 출시한 메인 시리즈 상품 중 가장 빠른 수치다."
-올해부터는 ‘디지로카’로 디지털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게 바로 ‘디지로카(Digi-LOCA)’다. 이는 롯데카드의 미래 경쟁력을 책임질 가장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롯데카드는 올해 초 디지털 회사로의 대전환을 선언하며, 초 개인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은 카드가 아니라 고객을 잘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간 축적해 온 고객 결제 정보, 데이터 분석 역량, 롯데그룹 자원 등을 적절히 혼합해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먼저’ 제안할 여력을 갖췄다. 여기에는 단순 고객 자산과 금융상품 외에도 쇼핑, 즐김, 여행 등 전반적 ‘생활 방식’이 모두 포함된다. 접근 방식 역시 반복적 나열이 아닌 개개인 특성을 다르게 반영한 ‘맞춤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론 고객 생활 방식을 큐레이팅(선별)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은 지불 수단으로서 고객의 선택 ‘뒤’에 존재했다면 이제는 그간 쌓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 제공을 통해 고객의 선택 ‘앞’에 서려고 한다."
-다른 금융 앱과 비교했을 때 ‘디지로카’만의 강점 또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롯데그룹과 구축한 ‘전속 파트너십’이다. 이는 다른 신용카드사들은 가지고 있지 못한, 롯데카드만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장점이다.
특히 데이터적인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예컨대 롯데카드 고객이 롯데 계열 유통 채널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세부 품목과 가격 등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롯데가 국내 시장에서 다진 유통 네트워크, 호텔 사업, 제과 및 식품 사업 내 입지를 생각하면 그 가치는 쉽게 환산하기 힘들다.
이를 토대로 고객 이해도를 높이고, 실제로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는 ‘맞춤형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다른 회사들이 표방하는 단순 ‘맞춤형 정보’와는 질이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롯데카드의 고객 결제 데이터와 롯데그룹의 거대 유통 품목 정보는 세세하게 쌓여 가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도 상당히 호조를 보였는데,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롯데카드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2695억원으로 전년(1870억원) 대비 44.1% 증가했다. 이는 창립 이래 최대 수치다. 실적 개선 비결은 단순하다. ‘신용카드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기초체력 보강’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신용카드업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는 카드 자산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 3분기 롯데카드 자산은 13조6374억원으로, 작년보다 약 16.3% 증가했다. 이 중 신용판매 카드 자산이 24.0%나 증가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최대 원동력은 앞서 언급한 ‘로카 시리즈’다. 로카 시리즈의 3분기 누적 회원 수는 237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자연스럽게 신판 성장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출 등 비(非) 카드사업 부문도 강화하며 수익 다변화에 힘썼다. 그 결과 기타 금융자산도 작년 2조9210억원에서 올해 4조259억원으로 37.8% 늘었다. 수익성 지표도 좋아졌다.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1.09%, 6.89%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을 확보했던 2019년 말 기준 수치(0.11%, 0.57%)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모두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상품 운영, 업무 절차 혁신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이뤄낸 결과다."
-외형 성장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위험성 관리는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리스크관리본부를 신설해 기존 사내 위험 관리 기능 부서를 모두 통합했다. 이후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
입회 기준 및 한도 관리 체계도 위험성에 따라 차등화를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질을 크게 개선했고, 장단기 위험성 예측력을 강화해 긴급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밖에 사후적인 부실채권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결과는 실적이 말해준다. 지난 3분기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은 0.94%로, 전년 동기(1.14%)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고정 이하 채권비율도 0.88%로 전년 동기(1.04%) 대비 0.16%포인트 개선됐다. 모두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진출 방식이 타사와 다르다. 기존에 영업을 영위하던 회사를 단순 인수해 운영비만 들이는 형태가 아니라 라이선스(등록허가)를 보유한 재무 건전성이 좋은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로 전반을 손봤다.
이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초기 비용을 들였고 지난 9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앞당겨졌다.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흑자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베트남은 현재 금융사에 대한 신규 라이선스를 사실상 내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상당하다. 즉 베트남 법인을 통해 뚜렷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부터는 베트남 사업 또한 제2 도약을 시작해야 할 시기로 보고 있다. 향후에도 베트남 시장에서 롯데파이낸스의 존재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매각 진행 상황과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인수 향방보다는 회사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만이 가질 수 있는 단기 신용 공여 기능, 다양한 결제 데이터, 고객 소비 분석 역량 등은 충분히 미래 가치가 높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우리가 준비 중인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해 롯데카드만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시장에서 입증한다면, 회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내년 경영 전략과 목표는.
"지난 3년이 다른 경쟁사들과 ‘다름’을 추구해 온 시간이었다면 내년부터는 성장한 롯데카드를 바탕으로 ‘롯데카드다운’, 그리고 ‘로카다운’ 등 ‘다움’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움’의 시간들이 롯데카드의 또 다른 성공을 만드는 진정한 에너지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롯데카드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로카 2단계(Phase)’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껏 정형화된 모든 것들을 다시금 비워내고 가능한 한 이번에도 새롭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디지로카’와 연계성을 키우는 것도 숙제다. 핵심은 고객들이 더 빠르고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착실히 마련해두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면 신용카드업계에 새로운 발전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긍정적 영향력을 광범위하게 미치는 회사가 돼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소중한 고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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