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며 가파르게 오르던 은행 예금 금리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대내외 통화긴축 기조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내년 금리인상폭 역시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당국발(發) 금리 인하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예금 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자산운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1년 만기 기준 5%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은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5.00%)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의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5%의 금리를 제공해 지난달 13일에는 연 금리가 5.18%까지 올랐다. 하지만 현재는 4.98%로 0.2%포인트 내려갔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연 5%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0.3%포인트는 특별 우대금리다. 이어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4.95%), KB국민은행의 'KB 스타정기예금'(4.81%) 순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금리인상 자제를 당부한 영향이 크다. 금리인상기에 예금 금리가 수신 경쟁으로 가파르게 뛰자 은행권으로 시중자금이 빨려들어갔고, 비은행권은 물론 2금융권까지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당국은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 예금 금리 인상은 곧 조달비용의 상승으로 대출 금리 상승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최근 예금 금리가 당국의 인상 자제령 때문에 주춤한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유동성 완화 조치로 은행권 예대율 규제를 완화(100%→105%)했다. 여기에 '역(逆)머니무브' 속 은행권 수신 잔고가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인상 자제령은 은행에서도 마다할 제안이 아니다. 높은 금리로서 수신을 유치해야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금리인상을 막아주는 것으로 은행들은 고비용 수신 잔고 비중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당장 시장에선 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산타랠리'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타'를 노린 자산 운용 전략 대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때라고 조언한다. 김정열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내년부터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금리가 계속적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좀 더 올라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내려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자산 운용 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만기가 긴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현재 높아진 금리를 고정하는 3년 예금 상품은 물론, 퇴직연금 상품 중에서도 5년 이상 기간에서 6%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고려해봄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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