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의 그림자] "권위주의 개입 없다"지만···가열되는 '新관치' 논란

당국, 수신금리 통제에 여신·연금 금리에도 공개 개입

금융지주·은행권 인사에도 '모피아'·'낙하산' 인사 지적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성준 기자]

금융권으로 불어오는 외풍이 거칠다. 새 정부가 출범 직후 은행권을 향해 '이자 장사' 비판으로 시작해 이제는 수신·여신금리 등 은행의 모든 금리 결정에 개입하고 나섰다. 연말 금융지주 회장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등 관치의 그림자가 뻗지 않는 곳이 없다. 관치금융의 역사가 2022년 '신(新)관치'로 되살아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노조는 최근 금융지주 및 은행권으로 확대하고 있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관료 낙하산설을 규탄하면서 향후 낙하산 인사 저지 및 관치금융을 저지하겠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관치금융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먼저 은행의 예대마진을 향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대금리차 공시로 금융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후 금리인상기 속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을 제한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과거에는 당국이 물밑으로 금융권을 압박하고 나섰다면, 이제는 숨기지 않고 직접 드러내 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국은 대출금리, 퇴직연금 금리까지 직접 나서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통지한 상황이다.

특히 연말께 민간 금융그룹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낙하산 논란까지 엮이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주 연임이 유력해 보였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이사회 당일 갑작스레 용퇴를 결정한 것은 물론, 호실적을 등에 업었던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도 윤석열 대선 캠프의 첫 영입 인사였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에게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경제 위기 속 역대급 실적 파티를 벌이고 있는 금융회사들에게 대승적 차원에서의 지적·권고도 필요해 보이지만, 기본적인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관치로는 폐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과거 관치금융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근래 들어 관치 문제가 이렇게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면서 "최근 금융지주나 은행권 회사로 현 정권에 가까운, 대통령 선거 캠프 인사가 들어오는 것은 '회전문식' 인사가 아니면 무엇인가.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