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으로 우리 기업에 본격적인 탄소비용 부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6~2027년까지 EU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국내 탄소배출량 검증인력·기관 등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EU CBAM 대응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국가별 환경규제 차이를 이용해 탄소 다배출 산업이 비규제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EU의 CBAM에 대한 정부 현황 점검과 기업 지원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열렸다.
이어 그는 "산업부 통상교섭본부가 중심이 돼 (향후 3~4년의) 전환기간 동안 EU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무역장벽에 대한 움직임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EU는 CBAM의 최종법안 도출을 위한 집행위원회, 각료이사회, 유럽의회간 3자 협의를 진행해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내년 10월부터며 대상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도입 직후 3~4년의 전환기간 중에는 대EU수출 기업에 제품별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가 발생하나, 기업이 부담해야 할 CBAM 인증서 구매비용은 전환기간이 종료된 이후 발생하게 된다.
이달 초 EU를 방문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EU 집행위와 유럽의회 관계자 면담을 통해 CBAM의 차별적 조항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해당 제도가 WTO, FTA 등 국제 통상규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9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도 국내기업 탄소중립 대응 지원을 위한 MRV(탄소발자국 측정·보고·검증) 기반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9352억원을 투입해 철강·화학·시멘트 분야의 탄소중림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국내의 MRV 기반을 확충하고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중소·중견기업의 CBAM 대응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에 속하지 않아 관련 제도의 이행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호정 한국생산기술연구원(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실장은 최근 'EU CBAM 대비 국내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CBAM에 대비해 탄소배출량 산정 경험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내 검증 결과가 EU에서도 인정될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 검증 인력·기관을 확충하는 등 국제 통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달 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대EU 협의 방안 및 국내 대응방향 등을 추가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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