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중대재해' 대비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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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
입력 2023-06-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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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


Ⅰ. 방송제작 현장에서의 사건‧사고

2017년 12월에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가 추락하여 척수 손상으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된 사고가 발생해 언론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이 사고로 인해 드라마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었고 당시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출연했지만 드라마는 흥행하지 못했다. 2022년 3월에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트럭과 추돌하며 연출부 피디가 사망하고 운전기사 포함 3명이 중상을 입었고 2022년 7월에 가수 싸이의 콘서트 '흠뻑쇼'에서는 외주 스태프인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며 콘텐츠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 산하 안전보건연구원의 ‘방송·영화 제작현장 스태프의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송 제작현장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64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망사고를 포함하여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중대재해’는 약 40건(25%)으로 그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작업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26일 시행 이후 3년간은 상시근로자 수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어 적용 대상이 한정적이었으나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의 사업장에 전면 적용될 예정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 대폭 확대된다. 상시 근로자수 적용과 관련하여 일용근로자도 포함되니, 대부분의 소규모 방송 제작사 및 용역업체 또한 2024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사전에 안전보건체계구축을 소홀히 하다가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 처벌 받을 확률이 농후하다.

Ⅱ. 중대재해 발생시 파생되는 문제점

1.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게 된다(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 만일 노동부에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이를 무시한 채 작업을 진행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따라서 사업주는 작업중지 명령에 따르되 신속하게 작업중지 해제를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주는 사업장 내 재해를 유발한 유해‧위험요인뿐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제 등 관리적 사항 등을 점검하여 추가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조치 방안을 마련하여 위험요소를 제거한 뒤 고용노동부에게 작업중지 해제 신청 및 개선 보고서를 제출한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로부터 작업중지 해제 신청을 받으면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개선 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안정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되면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결정한다.

2. 특별감독에 따른 과태료 부과

특별감독은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나 지방고용노동청장이 실시하는 감독으로 안전보건상 조치 미비로 2명 이상 사망한 사업장 또는 1년간 3회 이상 사망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작업중지 등 명령 위반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특별감독 대상이 된다(근로감독관 직무규정(산업안전보건법) 제9조). 특별감독을 실시하여 해당 사업장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고용노동부는 사법조치(형사 입건) 및 과태료를 부과한다(근로감독관 직무규정(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 제1항 [별표2],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119조 [별표35]). 실무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가 특별감독을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수사 착수

중대재해 발생 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광역중대재해수사과에서,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기타 특별법 위반에 대해서는 경찰청에서 수사하여 기소·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은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를 바탕으로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대표이사, 현장소장 등 사건 관련 관계자는 수사단계에서 고용노동부, 경찰, 검찰의 참고인 조사 및 피의자 신문 조사에 임해야 하며, 검찰의 기소가 결정되면 피고인이 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지난 4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판결이 선고되었고, 지난 5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2호 판결이 선고되어 대표이사가 최초로 법정 구속되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할 경우 사고 원인 조사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여 과태료를 부과한다.

4. 징벌적 손해배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안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여 피해자가 실제 손해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사업주 입장에서의 부담이 가중된다. 

Ⅲ.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 

방송 제작 현장은 매우 긴박하고 촉박하게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또한 지금까지 소규모 제작사 및 용역업체의 경우 인적‧재정적 여력이 없어 안전에 대한 대비를 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제작 현장에서 사고 발생시 작업 중지, 특별감독, 수사 대응, 손해배상책임 등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 

안전사고는 인재(人災)다. 그 말은 즉,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예방에 힘쓰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법원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유해‧위험요소 제거에 힘쓰면 현장에서의 근로자들이 안전 준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모든 경우에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했고, 위험 요인‧요소를 제거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 충분하다고 여겨지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예방’ 활동이 중요하며, 이것이 전문가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여 체계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는 전문가의 도움이 없다면 쉽지 않다. 

만약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예방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피해자 및 유족들과 원만한 합의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고 재발방지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한다. 또한 수사 단계에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등 사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고 이것이 엔터 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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