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이른바 CBDC 도입 여부를 놓고 연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새로운 디지털화폐 급부상에 발맞춰 중앙은행 CBDC나 민간 은행 예금토큰 등 다양한 형태의 화폐에 대한 법적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주요국 대비 뒤쳐진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신속한 마련과 함께 지급수단 여부에 따라 규제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한국상사법협회와 한국은행 등 4개 기관 공동 주최로 열린 '지급결제 환경변화와 CBDC의 사법적 문제' 컨퍼런스에서 특별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필수 금융결제원 과장은 "금융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한은의 지급결제제도를 손질하고 다양한 사업에 대한 감시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과장은 최근 디지털화폐가 부상한 배경으로 스테이블코인과 코로나 팬데믹의 등장을 꼽았다. 그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가치 변동성이 높아 지급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로 표시되는 단위에 가치를 고정해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라며 "스테이블코인 이용 확산을 포함한 화폐제도 및 지급결제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CBDC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체계가 미비하고 CBDC 발행 여부 또한 불투명한 상황. 이러한 가운데 은행이 예금을 토큰화해 지급수단이나 결제자산으로 활용하는 예금토큰 아이디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토큰화된 자산은 유동성과 탈중개화, 접근성 개선, 운영효율성 등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반면 법률·규제가 불확실하고 토큰화된 자산의 권리체계 등이 미비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김 과장은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은 주요국 대비 상당히 늦은 편"이라고 평가한 뒤 "금융당국이 최근 가상자산 관련 부대의견 검토 차원에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연구용역 내 과제 중 하나로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확립이 포함돼 이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규제정책에 따르면 규제 목적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 뿐 아니라 민간 디지털화폐의 제도적 기반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공통점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수단 기능 여부에 따른 규제 체계 분리 △발행자와 서비스 제공자 규제 분리 △지급결제 시스템 및 감시체계 고도화 등 금융안정 리스크 관리 등 제도 보완을 병행하는 점 등이 꼽혔다.
김 과장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논의 전제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지급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그 밖의 스테이블코인의 규제체계를 분리해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전자지급수단과 동일한 기능 수행과 동일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전금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 규제 차익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새로운 위협을 관리하는 규제체계는 입법 정책 영역이긴 하나 국내 지급법제도가 더 파편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전금법에 함께 규정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기존 지급법제 및 스테이블코인의 간극 및 주요 쟁점으로는 법정화폐 담보용 스테이블코인의 전금법상 전자지급수단 여부와 기존 규제체계를 은행 발행 예금토큰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꼽혔다. 김 과장은 "예금토큰에 대한 예금보험 적용가능 여부는 유통모델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면서 "은행 간 예금토큰 전송에 따라 소각 및 발행되는 번 앤 이슈(Burn & Issue) 모델은 이용약관을 통해 예금이 되는 시기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며 분산원장 기록의 법적 유효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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