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 추가 회의를 열고 기업의 신속한 워크아웃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예정된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
기촉법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할 경우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기업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구조조정 이후 정상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3년 6개월로 법정관리(10년 이상)보다 짧은 데다 비용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2001년 제정돼 6차례의 재입법으로 효력이 유지돼 왔으나 이번에는 국회 통과가 불발돼 지난달 15일 이후 일몰된 상태다. 28일 법안소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재입법 시점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여야 정쟁에 발목이 잡힌 건 기촉법뿐만이 아니다. 재정준칙,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공급망법),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AI기본법) 등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공급망법의 경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법안 심사 자체가 불발됐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갈등을 빚으며 지난 23일 본회의가 무산된 탓이다.
AI기본법도 여당과 야당 간 이견은 없으나 방송법 개정안 등 다른 쟁점 사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정부가 국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법제화 역시 연내 도입 가능성이 낮다. 정부가 재정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지난해 9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1년 2개월째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야당은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재정준칙 법제화는 갈수록 요원해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경제 민생 법안이 정치적 싸움에 밀려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무엇이 진정한 민생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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