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남에게 주는 것입니다. 나에게서 우리, 개인에서 사회로의 전환이죠. 모두가 함께 문화 유산의 가치를 공유하자는 고귀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기증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박애 정신의 발로”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해 기증관을 조성했는데 당시 그가 관장이었다. 이 전 관장은 “사회 구성원이 함께 박물관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새롭게 단장한 기증관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이번에 문을 여는 기증관은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이루어진 기증관 개편 사업의 결과물이다.
2128.66㎡(약 644평) 규모의 기증관은 주제별로 나눠 다양한 유산을 소개한다. 기존에는 ‘이홍근실’, ‘박병래실’ 등 기증자의 이름을 딴 전시실 11곳을 운영했다. 이번 재개관전에서는 114명이 기증한 문화유산 총 1671점을 전시했다.
새로운 기증관에서는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걸작을 만날 수 있다.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가 2020년 기증한 국보 ‘세한도’(歲寒圖)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기증한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가 오는 5월 5일까지 재개관을 기념해 특별 공개된다.
‘세한도’는 1844년 당시 59세의 추사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린 그림이다. 자신이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먹과 거친 필선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손창근씨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 선생(1903∼1983)과 자신이 대(代)를 이어 모은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0여 점을 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수월관음도’는 불경인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나오는 관음보살의 거처와 형상을 묘사한 회화로, 윤 회장은 2016년 일본의 소장가에게서 이를 사들여 박물관에 기증했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이홍근 기증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 병’(보물)과 이근형 기증 ‘이항복필 천자문’(보물), 국립중앙박물관회 기증 ‘나전경함’(보물), 송성문 기증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제15’(국보)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개편된 기증관은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려 볼 수 있는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과 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기증품을 다양한 주제로 펼쳐 보이는 ‘기증 주제 전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2022년 12월에 먼저 문을 연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기증Ⅰ실)은 ‘나눔’이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기증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 기증의 의미를 담은 영상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기증 주제 전시 공간’(기증Ⅱ‧Ⅲ‧Ⅳ실)에는 기증자의 사연이 담긴 토기와 도자기에서 금속공예품, 목가구, 서화, 근현대 판화에 이르는 다종다양한 기증 문화유산을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해 전시실을 조성했다.
특히나 전시관에서 고(故)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청동 투구’(보물)를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1등을 한 손 선생은 일제강점기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줬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의 우승자에게는 ‘청동 투구’를 주기로 했지만, 당시 올림픽 규칙에 선수가 너무 비싸고 귀한 기념품을 받으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결국 ‘청동 투구’는 손 선생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베를린 박물관에 보관됐다.
이후 손 선생은 ‘청동 투구’를 돌려받기 위해 노력했고, 1986년 열린 베를린 올림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마침내 ‘청동 투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손 선생은 “이 ‘청동 투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하며,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청동 투구를 기증했다.
‘기증Ⅱ실’은 ‘문화유산 지키기와 기증’이라는 주제로 20세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지킨 분들의 노력을 살펴본다. 국외로 반출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할 뻔한 문화유산, 후손들이 정성껏 지킨 문중 문화유산, 국립중앙박물관회 등 단체의 노력이 기증으로 이어진 사례를 통해 기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기증Ⅲ실’은 ‘기증 문화유산의 다채로운 세계’라는 주제로 서로 다른 조형성과 미감을 지닌 문화유산을 전시실을 가로지르는 중앙 통로 좌우에 전시하여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옛 생활문화를 담고 있는 문방과 규방 공예품, 흙과 금속으로 만든 문화유산,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 등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한데 어우러져 조화와 공존의 의미를 보여 준다.
‘기증Ⅳ실’은 ‘전통미술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공간이다. 예술가의 안목으로 옛 물건들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전통미술품에서 받은 영감을 예술 창작활동의 원천으로 삼은 현대 작가들의 기증품을 소개한다.
1957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국제판화전’에 전시된 이후 미국 록펠러재단이 기증한 현대 판화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개편된 기증관은 LG디스플레이의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해 전시품을 배경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 전시안내 로봇 큐아이가 전시실에서 전시 구성과 주요 전시품을 소개하면서 관람객을 안내할 예정이다. 시범운전을 거쳐 2월 중에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문화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을 도모했다. 전시실 입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 패널과 음성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정보무늬(QR코드)를 설치했고, 영상 공간에는 수어 영상과 음성 자막을 함께 제공했다. 휴게 공간 곳곳에 배치한 쉬운 설명 책자, 전시 공간에서 기증 문화유산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체험물 등을 마련했다.
윤성용 관장은 “국립박물관의 소장품 40여 만점 가운데 기증품은 5만여 점”이라며 “많은 사람이 쉽고 재미있게 박물관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기증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박애 정신의 발로”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해 기증관을 조성했는데 당시 그가 관장이었다. 이 전 관장은 “사회 구성원이 함께 박물관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새롭게 단장한 기증관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이번에 문을 여는 기증관은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이루어진 기증관 개편 사업의 결과물이다.
새로운 기증관에서는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걸작을 만날 수 있다.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가 2020년 기증한 국보 ‘세한도’(歲寒圖)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기증한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가 오는 5월 5일까지 재개관을 기념해 특별 공개된다.
‘세한도’는 1844년 당시 59세의 추사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린 그림이다. 자신이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먹과 거친 필선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손창근씨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 선생(1903∼1983)과 자신이 대(代)를 이어 모은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0여 점을 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수월관음도’는 불경인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나오는 관음보살의 거처와 형상을 묘사한 회화로, 윤 회장은 2016년 일본의 소장가에게서 이를 사들여 박물관에 기증했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이홍근 기증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 병’(보물)과 이근형 기증 ‘이항복필 천자문’(보물), 국립중앙박물관회 기증 ‘나전경함’(보물), 송성문 기증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제15’(국보)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개편된 기증관은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려 볼 수 있는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과 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기증품을 다양한 주제로 펼쳐 보이는 ‘기증 주제 전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2022년 12월에 먼저 문을 연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기증Ⅰ실)은 ‘나눔’이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기증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 기증의 의미를 담은 영상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기증 주제 전시 공간’(기증Ⅱ‧Ⅲ‧Ⅳ실)에는 기증자의 사연이 담긴 토기와 도자기에서 금속공예품, 목가구, 서화, 근현대 판화에 이르는 다종다양한 기증 문화유산을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해 전시실을 조성했다.
특히나 전시관에서 고(故)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청동 투구’(보물)를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1등을 한 손 선생은 일제강점기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줬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의 우승자에게는 ‘청동 투구’를 주기로 했지만, 당시 올림픽 규칙에 선수가 너무 비싸고 귀한 기념품을 받으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결국 ‘청동 투구’는 손 선생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베를린 박물관에 보관됐다.
이후 손 선생은 ‘청동 투구’를 돌려받기 위해 노력했고, 1986년 열린 베를린 올림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마침내 ‘청동 투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손 선생은 “이 ‘청동 투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하며,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청동 투구를 기증했다.
‘기증Ⅱ실’은 ‘문화유산 지키기와 기증’이라는 주제로 20세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지킨 분들의 노력을 살펴본다. 국외로 반출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할 뻔한 문화유산, 후손들이 정성껏 지킨 문중 문화유산, 국립중앙박물관회 등 단체의 노력이 기증으로 이어진 사례를 통해 기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기증Ⅲ실’은 ‘기증 문화유산의 다채로운 세계’라는 주제로 서로 다른 조형성과 미감을 지닌 문화유산을 전시실을 가로지르는 중앙 통로 좌우에 전시하여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옛 생활문화를 담고 있는 문방과 규방 공예품, 흙과 금속으로 만든 문화유산,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 등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한데 어우러져 조화와 공존의 의미를 보여 준다.
‘기증Ⅳ실’은 ‘전통미술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공간이다. 예술가의 안목으로 옛 물건들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전통미술품에서 받은 영감을 예술 창작활동의 원천으로 삼은 현대 작가들의 기증품을 소개한다.
1957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국제판화전’에 전시된 이후 미국 록펠러재단이 기증한 현대 판화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개편된 기증관은 LG디스플레이의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해 전시품을 배경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 전시안내 로봇 큐아이가 전시실에서 전시 구성과 주요 전시품을 소개하면서 관람객을 안내할 예정이다. 시범운전을 거쳐 2월 중에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문화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을 도모했다. 전시실 입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 패널과 음성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정보무늬(QR코드)를 설치했고, 영상 공간에는 수어 영상과 음성 자막을 함께 제공했다. 휴게 공간 곳곳에 배치한 쉬운 설명 책자, 전시 공간에서 기증 문화유산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체험물 등을 마련했다.
윤성용 관장은 “국립박물관의 소장품 40여 만점 가운데 기증품은 5만여 점”이라며 “많은 사람이 쉽고 재미있게 박물관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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