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는 지금 우리가 인간에게 절망하는 것보다 스위프트가 훨씬 더 깊이 절망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이 싹틉니다. 오래 전에 마땅히 멸망했을 인간 사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고전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도서전 주제 도서인 ‘걸리버 유람기’를 쓴 과정을 설명했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를 김연수 소설가의 입말로 다시 쓰고 강혜숙 작가의 그림을 더해 새롭게 ‘걸리버 유람기’를 선보이게 됐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고자 완벽한 세상으로 묘사되는 ‘걸리버 여행기’ 속 ‘후이늠’을 주제로 선정했다.
올해로 제66회를 맞이한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총 19개국 452개(국내 330개사, 해외 122개사)의 참가사가 모여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도서전을 직접 방문하는 작가 및 연사는 국내 151명, 해외 34명에 달한다.
도서전 얼굴격인 주빈국은 사우디아라비아다. 2012년에도 주빈국이었는데, 12년 만에 다시 주빈국으로 참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도서 전시, 전통문화 체험, 단편영화 상영, 공연 및 커피·초콜릿·대추야자 시식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올해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오만, 한국과 수교 65주년을 맞은 노르웨이가 도서전의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참여한다.
오만관에서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작가 조카 알하르티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오만 작가와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이토록 멋진 곤충’과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노르웨이의 생물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작가도 내한해 도서전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고전 ‘걸리버 여행기’로 엿본 ‘역설적인 희망’은 서울국제도서전 기자간담회장에서도 느껴졌다.
올해는 정부의 직접 지원없이 도서전이 열린다. 서울국제도서전 보조금을 두고, 정부 측과 출판협회의 대립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문체부 산하 단체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문체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2018~2022년 서울국제도서전 사업과 관련해 약 3억5900만원을 반납하라고 출판협회에 최근 통보했고, 출판협회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예산(6억7000만원)을 출협이 아닌 개별 출판사에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지난 5월 ‘2024 서울국제도서전 참가지원 사업’ 지원사로 총 189개사를 발표했다. 지원사는 최대 300만원을 받게 된다. 더불어 서울국제도서전 저작권 센터에 참가하는 국내 에이전시도 지원한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비바람 속에 피어나는 꽃 같은 도서전이다. 회원들의 기부금과 회비, 참가사들이 낸 돈으로 도서전을 치른다. 지금까지는 걱정했던 것에 비해 참여를 많이 해주고 있어 진행이 순조로운 것 같지만 결과는 잘 모르겠다”라며 “문화를 향유하고 창조하는 주체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예산 문제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는 국가수는 줄어들었지만,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행사는 축소하지 않았다”라며 “결산을 해봐야 알겠지만 가능하면 적자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한 공간이 5일 동안 펼쳐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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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소설가에 관심많은 성대 출신입니다. https://blog.naver.com/macmaca/223528462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