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은 5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의과대학 교수들,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까지 각오하면서도 의사들의 복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부. 지독한 갈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달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개시를 앞두고도 전공의 복귀율은 8%대에 머물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마감 시한이었던 15일 정오 기준, 수련병원 211곳 전공의 1만3756명 중 1155명만이 복귀했다. 이는 12일(1111명)과 비교해 44명만 늘어난 수준으로, 대규모 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감 셈이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행정처분 철회, 9월 수련 특례, 근무시간 단축, 수당 확대 등 다양한 ‘당근’을 제시했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 계획과 함께 향후 5년간 필수의료에 건강보험 재정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약속까지 내놨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는 여전히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2000명 증원 저지에 실패했다 한들 이 정도 양보안은 ‘체면’을 세우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무응답이다.
내년도 의대 증원을 결정한 뒤 2026학년도 정원 규모는 협의 가능하다는 입장도 정부의 대안이다. 어느 단체가 정부와의 협상에서 이처럼 우위에 서 있던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이긴 상황’이라 평가받을 만한 국면에서조차, 의료계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 원점 재검토라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며, 대화의 자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비판거리다.
의료공백 사태가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고통은 눈에 보이게 누적되고 있다. 이달 초, 환자 단체가 폭염을 뚫고 거리로 나와 총궐기대회를 연 것은 하루하루의 치료가 지연되는 현실을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신호였다. 본래는 ‘의사 증원에 반대하지만, 환자 고통은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던 시민 여론조차 ‘의료계가 환자를 볼모로 삼고 있다’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데에는, 의료계의 장기 이탈과 일방적 주문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의료계는 정부 탓으로 이번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졸속 증원 발표로 불과 몇 달 사이에 필수 의료의 근간인 수련병원 시스템이 흔들렸고, 전공의의 저임금으로 버텨왔던 병원들이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재정적 여력을 갖지 못한다며, 이 구상은 현실성 없는 땜질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 진단 자체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아니라, 정책 반대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쓰인다는 점에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제는 의료계가 나서야 할 차례다. 국민을 볼모로 한 일방적 주장을 거두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 대화의 테이블에서 얻을 것을 얻으면서도, 그간 쌓인 갈등 봉합을 위해 책임을 함께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후배 전공의를 지지하노라는 교수들이, 후배의 복귀를 설득하기보다 환자와 대형 병원을 뒷전으로 밀어두는 방식의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행태는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정부가 끝내 주머니를 털어 양보안을 늘려 보았지만, 끝까지 어깃장을 놓은 의료계의 태도에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의료계는 이 사태를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한 투쟁’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오늘의 환자’가 어떤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 의식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의료 윤리를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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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 2024-07-18 08:40:25전공의 안 돌아옵니다. 2년 내에 해결되면 다행입니다. 플랜 B가 없어서 답이 없어요. 그냥 어떻게 되나 지켜보는 수 밖에는. 해결책은 모두 수십 조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데 돈이 없어서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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