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여야 의원들의 폭소와 함께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각각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수석으로 호흡을 맞췄던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능청스러운 공방이 이어지면서다.
박 의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첫 주자로 나서 한 총리와의 과거 인연을 소환했다.
박 의원은 한 총리에게 "우리가 잘 아는 사이 아닌가"라고 운을 뗐고, 한 총리는 "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고 화답했다. 다시 박 의원은 "사모님도 잘 안다"면서 "사모님이 디올백 300만원짜리를 받으면 받겠는가, 내가 아는 사모님은 안 받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의혹'을 제기했다.
또 박 의원은 "장인(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위가 놀고 있으니 생활비를 주다 사위가 취직하니 생활비를 안 줬는데 이게 뇌물인가"라며 "이렇게 하면 디올백 300만원짜리도 최재영 목사가 안 사줬으면 윤 대통령이 사주니까 윤 대통령도 뇌물죄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한 총리는 "가정을 전제로 해서 답변하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저는 의원님과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재차 박 의원은 "우리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면서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한 총리가) 경제수석 때 스크린쿼터를 얼마나 소신 있게 반대했는가. 왜 지금은 그렇게 말씀을 못 하시는가"라며 "제발 옛날 한덕수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한 총리는 "저는 안 변했다. 의원님 존경하고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던 것 생생하게 기억한다"면서 "무엇이든지 대통령께 도움이 되는 말씀이라면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 의원은 한 총리에게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달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한 총리는 "사실 저는 (박 의원이 국가정보원장을 하던 시절) 국정원장 공관에 한 번쯤은 부를 줄 알았다"고 받아쳤다.
박 의원은 "국정원에서는 외부인들을 잘 안 부른다"고 답했지만, 한 총리는 "가봤다는 기자들이 너무 많더라"고 일침을 가했고, 의원들의 웃음이 터졌다.
박 의원은 다소 당황한 듯 "저렇게 덤비니까 대통령이 하는 것을 총리가 배우고, 의원들에게 장관들이 도전하는 것 같다"면서 "그럼 안된다. 들어가라"고 한 총리를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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