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에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중국 공급 중단을 명령했다. 최근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AI 반도체에 TSMC의 칩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미국이 이에 대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관측된다. TSMC는 중국 고객사들에 7㎚(나노미터=10억분의1미터) 이하 첨단 칩 생산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미 상무부는 AI 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이하 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보 제공 서한’이라고 불리는 상무부의 공문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특정 기업에 허가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미 상무부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TSMC는 자신들은 법을 준수하는 회사라며 “수출 통제를 포함해 모든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 오는 11일부터 7㎚ 이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소식통 중 2명은 앞으로 TSMC가 중국 고객사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의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재집권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올해 초부터 대만이 미국의 칩 산업을 거의 100% 가져갔다고 비난해 왔다. 그는 6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보조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 땅에서 칩을 만들지만 그것을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중국 화웨이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 프로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2020년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TSMC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미국산 장비에 크게 의존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AI 애플리케이션에 자주 사용되는 첨단 칩의 중국 고객에 대한 출하를 11일부터 중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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