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가장 많이 참여한 문종률 수료생에게 감동의 의미로 감동란을 선물로 드립니다!"
지난 15일 금요일 오후 2시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2024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이 시작됐다. 서울시청 다목적홀에는 수료생 827명을 대표해 250여 명이 모였다. 파란 졸업복과 학사모까지 갖춰 입은 이들은 한때 사업실패·불우한 가족 관계 등으로 좌절에 빠져있었으나 인문학을 통해 사는 법을 다시 배웠다.
올해 희망의 인문학 참여자 989명 중 84%가 과정을 끝까지 마쳤다. 정모씨는 "인간답게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이라며 완주한 소감을 밝혔다. 전모씨는 "자기자신과의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고, 왜 자기자신과 대화해야 하는지, 필요성도 인문학을 통해 배웠다"고 했다.
행복과정을 수료한 한모씨는 "합창도 재밌었지만 담당자에게 요청해서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기억 남는다"고 했다. 그는 "도서관에서 책도 보니 더 학생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한씨는 서울시 전일제 일자리를 하던 중 행복과정을 통해 요식업에 대한 꿈이 생겼다. 그는 "인문학 과정 중 학생들을 위해 밥을 해서 같이 나눠 먹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좋았다"고 계기를 밝혔다. 행복과정은 노숙인 및 저소득 시민이 직접 대학교로 찾아가 강의를 수강하는 방식이다.
수료생들은 인문학을 통해 배움의 재미를 새로 느낀 한편,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다. 이모씨는 사업 실패 후 스스로 망상에 갇혀서 사람을 멀리하고 사회에서 고립됐었으나 수료생 동기들과의 인문학 모임을 통해 이겨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2023학년도 과정을 마친 후 수료생들과 함께 인문학 동기 모임을 만들었다.
이씨는 "인문학은 일상에 녹아있을 때 빛이 난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소통과 관심"이라며 "내가 아파했을 때 주변에 사람들의 관심이 없었으면 여전히 마음의 빈곤, 방황의 그림자 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모임에서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 속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을 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나비가 되어 나가는 것이다." 그는 "변해야만 도달할 수 있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성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또다시 어떤 꿈을 꾸게 된다면 지치지 않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모씨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인문학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저의 힘들었던 삶을 돌이켜서 생각해 보니 저의 삶이 아버지의 삶과 같은 것이었다"며 "밥 잘 먹고 다녀라, 건강 잘 챙겨라는 아버지의 말이 건조한 마음을 최대한 쥐어짜서 아들한테 사랑을 말씀하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08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 시작된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 약자들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자존감과 자립의지를 회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2022년 10년 만에 부활했다.
수료생들의 새 삶을 격려하기 위해 이날 오 시장과 행복과정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시립대·숭실대의 원용걸 총장, 장경남 교수가 자리했다. 오 시장은 ‘내가 나에게, 우리에게’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수료생들의 사연을 듣고서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통해서 크고 작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셔서 인생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이 과정에 충분한 보람을 느끼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