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짓점을 향해 걸어가야 했던 인물들의 내면을 그렸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최근 높은 관심 속에 개막한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이하 스윙데이즈)’의 김희재 작가는 콘텐츠 업계에서 30여 년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해 온 인물이다.
영화 <실미도> 각본으로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비밀 첩보 작전 ‘냅코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스윙데이즈’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 뮤지컬은 유일한 박사의 삶을 모티브로 삼아 시대적 아픔과 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김 작가는 영화 ‘실미도’와 뮤지컬 스윙데이즈의 모티브가 된 냅코 프로젝트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미도는 충무로에서 오랫동안 만들어지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실미도 인물들은)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무기력하게 자살했다”며 미완으로 끝난 냅코 프로젝트와 닮았다고 했다.
실미도의 성공 경험은 그가 ‘냅코 프로젝트’를 뮤지컬화 할 용기를 줬다. “꼭짓점을 향해서 걸어가야만 했던 인물들의 내면을 그렸다는 데서 (실미도와 스윙데이즈는) 유사점이 있다. 완결성이 없는 사건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대중과 교감할 수 있었던 (실미도의) 경험이 ‘냅코 프로젝트’를 콘텐츠화해야겠단 생각으로 이어졌다.”
다만, 김 작가는 “(실미도와 스윙데이즈는) 톤은 다르다. 스윙데이즈는 화려하다”며 “상해 파티 씬을 포함해서 쇼가 많다. 돈을 아낌없이 썼다. 의상도 멋있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10여 년 전 유일한 박사의 삶을 접하고 “그는 왜 그랬을까”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십의 나이에 무장하고 젊은이들과 총 들고 싸우고 몸으로 구르고…(냅코 프로젝트는) 결국 죽으러 가는 작전이었다. 프로젝트가 실패한 덕에 그는 살았다. 유일한 박사가 돌아가실 때까지 가족조차 (그의 활동을) 알지 못했다.”
그는 냅코 프로젝트와 유일한이라는 실제 역사적 소재에 상상력을 더했다. “‘미국에서 사업이 성공했지만, 다 접고 조선으로 돌아와 제약회사를 시작했다.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외 나머지는 싹 다 만든 얘기다. 팩트는 15~20% 정도다. 이름도 유일형으로 했다. 작품을 콘텐츠로 즐겨 달라.”
김 작가는 스윙데이즈가 오랜 시간 동안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뮤지컬로 제작한 이유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가 잊힌다. 하지만 뮤지컬은 성실하게 만들어 놓으면 2년에 한 번씩 대중과 만나며, (작품이) 고도화된다. 여러 배우가 새롭게 참여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 사랑과 헌신을 얘기했다.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시대에 태어났으니, 당연하지’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현재 우리는 나 자신을 내어주는 것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어느 한순간에 전부를 걸고 지켜야 하는 사건이나 시간 앞에 섰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과 헌신이 잘못된 게 아니다. 사랑과 헌신이 버겁게 느껴지는 사회에 고리타분하지 않은 식으로 이 담론으로 얘기해 보고 싶었다. 교훈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한편, 스윙데이즈는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를 비롯해 김태형 연출, 김문정 음악 감독 등 국내외 최고 크리에이티브팀이 협업했다. 또한 유준상, 신성록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실력파 배우가 총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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