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자유 무역주의' 시대가 저물고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미국의 새로운 국제 질서로 도래한 만큼 한국이 통상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하에서는 공급망 위기가 더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도래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이 미국 핵심 어젠다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트럼프의 캐나다·멕시코 관세 인상 조치를 보면서 한국도 더 이상 관세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가가 됐다"면서 "앞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원자재, 노동력 등 생산 전반에 관한 미국의 감독과 제재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한국은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춰야 하기 때문에 생산라인 재조정이나 미국 진출 등에 큰 변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희 서울대 교수는 "앞으로는 환경, 노동, 인권 등 가치와 연계된 통상정책이 자국 산업과 무역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 견제, 첨단 제조업의 자국 회귀, 보조금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도 첨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무역수지, 환경, 불법 노동 등 어디서 어떤 리스크가 불거질지 모르기 때문에 공급망, 첨단 기술, 탄소중립 등 새로운 이슈로 통상 정책을 세팅하고,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대부분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카드를 쓰고 있다"면서 "한국에는 자동차 산업 관련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및 부품 공장 추가 이전을 요청할 수 있고, 이차전지도 IRA 폐지 등을 볼모로 기업들에 추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의 유례없는 견제 때문에 기술 자립화를 위한 인재 탈취, 기술 유출 시도 등을 더욱 노골화할 수 있다"면서 "특히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이 쌓아 놓은 첨단 기술 유출의 좋은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연규 한양대 한양에너지환경연구원장은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이 70~80% 이상을 장악한 핵심 광물 확보와 구성 물질 가공 체계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IRA 폐지도 문제지만 배터리 광물 및 부품 원산지 증명제도 도입 등 미국이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면 한국 기업들은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핵심 광물 수입처 다변화, 탈중국 공급망 구축 등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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