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로 당 지도부가 붕괴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국민의힘의 비대위 설치는 지난 2020년 9월 당명을 변경한 이후 6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후 5번째다. 다만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탄핵 정국에서 선뜻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구인난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차기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권영세·나경원·김기현 의원과 7·23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6일 여당 중진 비공개회의와 의원총회에서도 '거야에 맞설 공격력'과 '당내 인사' 등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을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훈 의원은 같은 날 "원내로 하자는 의견이 좀 더 많긴 했다"며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당에서 '여권 대통합'을 완수하는 데 실패한 만큼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인사에게 중책을 맡겨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5선 중진의 권영세·나경원·김기현 의원과 4선 출신의 원 전 장관 등은 모두 2000년대 초반 정계에 입문한 '한나라당 키즈'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꼽힌다. 당 일각에선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원톱'으로서 당무를 책임지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대체로 난색을 보이는 분위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 당론'을 고집했기 때문에 친윤계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 관계자는 "최근 원내 공기가 좋지 않은데, 누가 나서려고 하겠는가. 색채가 강한 인물을 내세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친윤 일색' 지도부에 대한 비토 섞인 우려가 나온다. 친한계 6선 조경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앉았을 때 내년 대선에서 과연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친한계 한 핵심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남아서 싸움박질을 계속하면 뭐 하겠는가. 당이 어떻게 흘러갈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구인에 대해 "백지상태"라고 밝힌 가운데 당은 18일 오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추가 논의에 돌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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