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은은 다음 달 16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비상계엄 사태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 10월과 11월에 이어 내년 1월까지 3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으로 내수 부양에 나설 필요가 커져서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도표상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4회에서 2회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강달러 지속 우려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대까지 치솟았다.
고환율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약세를 부추겨 외자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은이 쉽사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요건이다.
추경 편성 요구 비등…"건전재정보다 유동성 공급이 우선"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 할 재정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그동안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면서 지출을 억제해 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를 통해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등장했던 '경기 회복' 관련 문구가 14개월 만에 빠지고 '경기 하방 위험'이 추가된 것이다.정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장에 힘이 실린다. 앞서 국회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예산 감소로) 경제에 약 -0.06%포인트의 긴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기재부는 여전히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추경 편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기재부의 월간 재정동향 12월호를 살펴보면 10월 말 기준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11조7000억원 줄었다. 부가가치세가 6조1000억원 증가했지만 기업 실적이 저조한 탓에 법인세가 17조9000억원 감소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5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0월 누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91조6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 부양이 우선이라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을 주장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추경을 진행하지 않으면 연체율이 높아지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재정 건전성보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을 풀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