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엄중한 경제상황, 경기부양 시급…새 정부 위기 기회로 만들어야"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창립 제75주년 기념사

  •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할 생각"

  • "경기부양 과도 의존은 안돼…구조개혁 필수"

  • "구조개혁 갈등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우리 경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는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 제75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그는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낮은 성장률을 단순히 경기순환의 관점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시각에서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가 큰 부분이지만 지난 6개월간 정치적 불확실성 아래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특히 "건설투자는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보여 가장 큰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부동산 관련 부채가 조정 국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인하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점은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히 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4% 수준이었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지금은 2%를 밑도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에도 구조적 문제에 손을 놓으면서 일부 산업의 수출만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이는 곧 높은 경기변동의 진폭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분기별 역성장이 발생할 확률은 2024년 약 14%로 10년 만에 3배나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총재는 관련 한은의 연구들과 유럽의 드라기 보고서(Draghi report)를 언급하며 새로 출범한 정부에 구조개혁 필요성을 주창했다. 지난해 9월 발간된 드라기 보고서는 '유럽 경쟁력의 미래'를 주제로 유럽의 경쟁력 약화 원인을 중장기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이 총재는 "그간 유럽이 구조개혁에 진전이 더딘 것은 드라기 보고서의 정책 제안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유럽은 미국과의 무역분쟁 위협이 역설적으로 유럽의 정치 리더십 공조를 강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면서 "한국은행은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분석과 정책 제안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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