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AI 도입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법무법인 세종이다. 세종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RPA(로봇업무자동화)를 이용해 24시간 365일, 전문가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비서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RPA 대상 업무를 재경, 인사, 빌링 등 지원부서까지 확대하여 로펌 전체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왔다.
또한 2023년부터는 딥러닝 기반의 AI가 의견서, 소장, 제안서, 변론요지서 등 방대한 법률 문서를 정확하게 분류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변호사들의 리서치 업무 효율성과 법률서비스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종은 체계화된 지식축적 시스템 구축과 생성형 AI 기반의 리걸테크 도입 등 다양한 업무에서의 디지털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법무법인 도울도 AI 활용의 선구자다. 판사 재직 시절부터 IT 기술에 조예가 깊어 'IT 판사'로 불렸고 현재 대통령실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법·제도분과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강민구 변호사는 업무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ChatGPT, GEMINI, CLOVA X 등 다양한 AI 앱을 판결문 분석, 소장 작성, 판결 검색, 계약서 작성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하며 주위에 AI 기술을 전파하는 AI 전도사로 법조계에서 정평이 나기도 했다.
또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지난해 3월 대형 로펌 최초로 온라인 채팅을 통해 법률 Q&A(질의응답)를 제공하는 24시간 무료 서비스인 'AI 대륙아주'를 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AI 대륙아주'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대화창을 열고 소송이나 법률 관련 문의를 하면 챗봇이 24시간 답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7개월간 이용자 5만5000여 명이 약 10만건의 질의를 할 정도로 화제성을 입증했다.
반면 AI 활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 로펌들도 있다.
자타공인 한국 최고 로펌으로 불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AI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도입하기 보다는 트렌드를 지켜보고 연구하는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AI 도입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태평양 관계자도 "단순 업무, 번역 등은 AI를 활용하고 있으나, 업무 전반에 AI를 도입하는 것에는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정확도와 고객 정보보호 등을 고려하였을 때 법률 업무에 일반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의 갈등도 AI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륙아주는 'AI 대륙아주'를 출시한 뒤 변협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변협은 "'24시간 무료 상담'을 내세운 광고 문구가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이라며 "무료 법률 서비스의 제공으로 공정한 수임 질서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11월 징계를 결정했다.
변협이 징계 절차에 들어가자 대륙아주는 지난해 10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다.
법조계 AI 도입을 두고 연일 잡음이 일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변회는 '리걸테크 산업 발전에 따른 인공지능(AI) 이용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AI 활용의 제한적 목적과 그 한계 △AI 기술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지속적인 역량 강화 △윤리적 고려 사항의 엄격한 준수 △법률과 규정의 엄격한 준수 △AI 도구의 신중한 선택과 제한적 활용 △국내외 지침과 사례의 철저한 참고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로펌들이 AI도입과 관련해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