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의 자국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규제도 내놨다. 중국은 미국 기업 7곳을 추가로 제재하는 등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막판까지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에도 대비해야 하는 중국은 유럽연합(EU)에는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美, 중국산 커넥티드카 제재 확정...中, 美기업 7곳 추가 제재
미국 상무부는 14일(현지시간) 차량연결시스템이나 자율주행시스템에 중국·러시아와 연계가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판매를 금지하는 규제의 최종안을 공개했다.앞서 작년 9월 해당 규제의 초안을 발표한 후 업계 의견 등을 반영해 4개월 만에 최종안을 내놓은 것이다. 초안과 동일하게 소프트웨어는 2027년식부터, 하드웨어는 2023년식부터 수입·판매를 금지하나, 자율주행시스템의 경우 소프트웨어에만 적용된다.
또한 차량연결시스템도 라이다와 카메라 등 센서 부품, 위성항법시스템, 라디오 관련 등 일부 하드웨어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규제는 중량이 1만 파운드(약 4536킬로그램) 이하인 차량에 적용되지만, 상무부는 향후 중량이 1만 파운를 넘는 상업용 차량도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현재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은 거의 없지만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조치가 공개되자마자 중국은 “다자간 무역 규칙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같은 날 중국 상무부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 7곳을 추가 제재했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지난 2일에도 같은 이유로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제너럴다이내믹스 등의 계열사 등 10개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업체 목록에 추가한 바 있다.
시진핑, EU 상임의장과 첫 통화..."양측 경제무역 협력, 상호보완 이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불과 닷새 앞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유럽과는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에도 대비해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그와 전화 통화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중국은 줄곧 EU가 다극화 세계의 중요한 기둥이라고 믿어왔으며 유럽의 통합과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지한다”면서 "양측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양측 인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고 불안한 국제정세에 더 많은 안정성과 확실성을 주입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EU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나 지정학적 갈등이 없고, 상호 번영의 파트너"라며 "국제정세가 엄중하고 복잡해질수록 양측은 수교의 초심을 유지하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전략적 상호신뢰를 증진하며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EU 간 경제 협력 확대도 강조했다. 그는 "양측의 경제무역 협력은 상호보완적인 장점이 있다"면서 "중국이 고품질 발전을 유지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것은 중국과 EU 협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코스타 의장은 "EU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중국과 경제·무역 갈등을 적절하게 처리하려 한다”면서 “양측은 다자주의를 유지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하며 진영간 대립을 반대하고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EU도 보편관세 등을 예고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주요 국가인 중국과 전략적 협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통화는 지난달 1일 취임한 코스타 상임의장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당국자는 양측이 수교 50주년이 올 하반기에 열릴 EU-중국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으며 상호간 방문 초청장 발송 및 EU-중국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지속해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을 두고는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시 주석이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문제의 '상호 이익적 해결'을 촉구한 데 대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고 (양측간) 통상·경제 불균형을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SCMP는 "이번 통화로 중국과 EU 최고 지도부 간의 수개월간의 침묵이 깨졌다"면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이는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EU 관계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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