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6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4일 만에 열린 내란 피의자 첫 재판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김 전 장관은 이날 짙은 회색 정장 차림에 마스크와 안경을 쓰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법정에서 직접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김 전 장관 측은 "검사는 공소장에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을 기재하면서 이걸 '내란'이라고 갑자기 주장하며 범죄가 되는 듯 적었다"며 "1980년대 비상계엄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면 이는 대통령의 전속적 권한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서도 범죄에 해당하는지 사법부가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계엄선포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면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라며 "검사 공소제기 권한도 구속심사 과정에서 이미 수사 개시 권한이 명백히 인정됐고 공범도 송치됐기 때문에 검찰 수사 개시 권한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 재판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다른 내란 혐의 피고인 재판을 병합해 심리할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공범별로 증거가 상이하고 공소사실도 다르다. 병합 시 재판 지연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병합해 충분한 반대심문 등이 이뤄져야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다"며 병합을 요청했다.
기일지정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재판부는 "집중심리가 필요하다"며 증거 규모와 구속 기한을 고려해 2주에 3회 정도로 집중심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 측은 "준비할 게 많아서 충분히 여유 시간이 필요한데 (2주에 3회는) 졸속이 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천천히 진행해 달라"고 했다.
검찰 측은 "'공정한 재판'은 '신속한 재판'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집중심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재판부 의견에 당연히 찬성한다"며 "다만 재판부 제안보다는 많게 주 2~3회씩 기일을 열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사건 병합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은 조 청장과 김 전 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되는 날이다. 이들 사건 기일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함께 검토한 뒤 사건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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