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의결권 행사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계약을 체결한 자문사들의 상반된 의견이 부각되면서, 최윤범 회장과 MBK·영풍 연합 간의 승패 예측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7일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탁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산하의 전문위원회로, 기업 활동과 관련된 주요 의결권을 논의하는 기구로, 이날 결정된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23일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다룰 주요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가 1주당 선임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최 회장 측은 이를 통해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반면 MBK·영풍 연합은 집중투표제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계약을 맺은 자문사 간의 의견 차이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최 회장 측 이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한국ESG연구소는 집중투표제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주요 안건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ISS는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하며, 이 제도가 일반적으로 소수주주에게 혜택을 주지만, 이번 경우에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에 대해 전원 반대한다고 권고했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제한에 찬성하며,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최 회장 측 추천 후보들에만 찬성했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을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논리적으로 모순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재 MBK·영풍 연합은 40.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의결권 기준으로는 46.7%에 달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약 34%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7%에 불과해 국민연금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가 부결되면 최윤범 회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이사 3명을 잃으면, 3월 정기주총에서 경영권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며 "정기주총에서 MBK 측이 이사진을 장악할 수 있어 최 회장 측의 경영권 유지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 결국, 승패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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