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연구소 가트너는 올해 자동차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 압박', '서방 국가와 중국 간의 무역 분쟁' 2가지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20일 전망했다.
페드로 파체코 가트너 VP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와 전기차가 계속해서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올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기가스 규제 강화와 중국과 서방 간의 무역 갈등 심화로 인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특히 전기차(EV)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버스, 승용차, 밴, 대형 트럭을 포함한 전기차 출하량은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 모델의 50%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게 가트너 분석이다.
한편에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환경 변화로 차량 배기가스 규제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면서,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완성차(OEM) 업체는 전기차 우선 전략을 재고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무역 제재 역시 변수다. 현재 중국산 전기차가 연결성, 자율성, 소프트웨어 및 전기화(CASE) 분야에서 가장 앞선 성능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무역 제재가 본격화되면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산 CASE 프레임워크 도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수직적 통합과 효율적인 개발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전기화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제품 가격이 타사 대비 저렴하다. 그러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이러한 이점이 감소해 전기차 시장의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빌 레이 가트너 수석 VP 애널리스트는 "드론 제조업체와 중국 통신업체들이 이미 국제 제재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고, 로봇 산업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업데이트 및 지능형 소프트웨어, 원격 액세스 지원 카메라,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의 데이터 수집이 보편화되면서,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시장 분열이 심화되고 CASE 도입 또한 늦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과 OEM을 맺고 차량 전기·전자(E/E) 아키텍처를 도입하면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역량에 대한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다.
또 수년간 누적된 유럽, 북미 자동차 공장의 과잉 생산은 중국산 전기차 관세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또는 모로코, 터키 등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 공장을 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가트너 분석이다.
가트너는 "앞으로 가동률이 낮은 자동차 공장은 폐쇄되거나 다른 제조업체 매각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 지형이 재편되고, 저비용 국가들이 자동차 생산과 공급망의 주요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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