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미 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집권 1기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퍼스트’(미 우선주의)를 국정의 모토로 내세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미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며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며 “모든 불법 체류자는 단속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수백만의 범죄자, 외국인 범죄자가 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위기는 정부의 과다 지출과 에너지 가격의 폭등 때문”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며 석유와 가스 시추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다시금 제조업 강국이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물가를 잡고, 미국의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그린 뉴딜은 끝났다”며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철회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시스템을 즉각 점검할 것”이라며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정부효율부’ 신설을 거듭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내가 서명하는 행정명령에 따라 모든 정부의 검열을 중지하고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미국 시민들에게 다시금 돌려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정치적 표적 수사의 무기로 사용되는 일도 없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녀 2개의 성별만 있게 될 것”이라며 과거 민주당 정부 때 강화된 성소수자 권익 증진 정책을 대대적으로 폐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강조해온 미국 팽창주의 기조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바꿀 것이며, 중국이 운영하려고 하는 파나마 운하도 되찾겠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에서도 이 같은 발언을 했는데 사실상의 주권 침해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소유하고 싶다는 발언을 하고, 캐나다를 수차례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 같은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순차 서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해 단임 대통령으로 물러났다. 대선 결과 부정과 의사당 폭동 사태 등에 따른 4차례 형사 기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5 대선에서 완승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미국 역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한번 대통령을 지냈다가 연임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22대 대통령을 거쳐 1893년 24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민주) 이후 132년 만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과 함께 집권 2기 시대를 선포한 뒤 곧바로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그의 6대 우선 정책 의제가 선포됐다.
백악관 홈페이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오를 조금 넘겨 취임 선서를 한 시점에 맞춰 새롭게 개편됐다. 첫 화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미국이 돌아왔다’는 문구가 실렸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문구는 공교롭게 이날 퇴임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승리 직후 선언한 것으로, 이를 다시 활용한 것은 4년간 이뤄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사실상 모두 되돌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홈페이지의 ‘이슈’ 섹션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할 6개의 정책 의제도 선포됐다. 이들 의제는 ▲인플레이션 종식 및 생활비 인하 ▲미국 노동자를 위한 감세 ▲국경 안전 강화 ▲힘을 통한 평화 복원 ▲에너지 패권 ▲미국의 도시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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