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무너진 법치, 흔들리는 경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기락 기자
입력 2025-01-24 09: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20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철제 간판이 훼손돼 외벽에 기대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철제 간판이 훼손돼 외벽에 기대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국가 경제는 국민 개개인 삶의 질에 직결된다. 같은 맥락에서 경제적 안정과 성장은 국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하지만 정치적 리더십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말미암은 경제적인 혼란과 사회적 불안은 결국 국민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으로 정치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나 혼란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는 곧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에서의 급격한 변동성을 초래한다. 국내 기업들도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투자나 사업 확장을 망설일 수 있다. 이 모든 요소는 국민의 경제적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대한 지지자들이 벌인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는 대한민국은 물론 해외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치부될 수 없다.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유지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법원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법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국가 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국민의 안전과 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법과 질서'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의 정부에서 법의 엄정함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법원과 검찰 등 사법기관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논란이 됐고, 그로 인해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과 권위가 약화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발생한 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우리 사회의 법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법과 질서 파괴에 앞장선다면 그 피해는 단지 특정 기관이나 소수의 국민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가 전체의 신뢰가 약화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나라를 향한 해외 자본의 불안한 시선에 "공공안전과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시스템이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혼란의 여지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잇단 정국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등 우리나라를 향한 해외 자본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를 걷어내기 위한 취지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정치적 상황에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며 우리 정부 입장에 대부분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폭력 사태로 극단적인 정치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스템이 굳건하다는 정부의 소명은 빛이 바랬다. 글로벌 신평사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법치주의와 경제 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재산권 보호, 부패 억제, 사회적 신뢰 형성, 노동 시장의 공정성 등 경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소들 모두 법치가 근간이다. 경제는 정치적 안정과 법적 안정이 보장될 때만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