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 매력이 큰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전이 한창이다. 미래에셋증권은 ISA 고객 잔고가 4조원을 넘어섰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납입·비과세 한도도 조만간 상향될 예정이라 ISA 계좌 확보를 위한 증권사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9조7968억원이었던 증권업권 ISA 잔고는 지난해 12월 말 18조6542억원으로 90.4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은행업권의 ISA 잔고 증가율은 4.32%에 그쳤다.
증권사 ISA로 자금이 몰리는 건 증권사에서만 가입 가능한 중개형 ISA의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ISA는 신탁형, 일임형, 투자중개형으로 나뉜다. 종류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차이가 있다.
주로 은행에서 가입하는 신탁형 ISA는 예금과 펀드 등에 투자가 가능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투자는 불가능하다. 일임형 ISA는 예금과 집합투자증권,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제시된 모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전문가가 운용한다.
중개형 ISA는 국내 주식, 채권,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등 투자 대상이 더 다양하다. 덕분에 중개형 ISA 잔고도 2021년 2월 도입 당시 62억원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체 은행·증권업권 전체 ISA 가입자 598만명 중 84%인 500만명이 중개형 ISA를 선택했다.
증권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특판 RP를 판매하고 신규 개설하고 100만원 이상 입금한 고객에게는 월배당 ETF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키움증권은 50억원 규모 ELB 특판을 최근 진행했다.
투자자들이 주로 찾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의 ISA 잔고는 올해 초 4조원을 넘겼다. 삼성증권의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조5000억원을 돌파했고 한국투자증권의 잔고도 최근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ISA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절세 매력이 높은 데다 정부가 ISA 혜택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ISA 납입·비과세 한도 확대, 국내투자형 ISA 신설 등 혜택 확대를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됐다.
올해 정부는 ISA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기업 밸류업을 이어가기 위해 투자자에 혜택을 주고 기업에 장기 투자를 늘리는 등 증시 선순환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ISA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가입 직전 3개년 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이자·배당소득 2000만원 초과) 대상이라면 제외된다. 일반형과 서민형·농어민형으로 구분된다. 서민형은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거나 소득금액 3800만원 이하 사업자인 경우 가입 가능하다. 농어민형은 소득금액 3800만원 이하인 농어민이 대상이다.
유형에 따라 ISA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달라진다. 일반형의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 서민형과 농어민형의 한도는 400만원이다. 비과세 혜택을 초과하는 금액은 9.9% 분리과세 한다.
ISA를 통해 과세대상 소득이 1000만원을 넘긴 경우 2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고 나머지 800만원만 9.9%로 분리과세가 된다. 일반 계좌에서 1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면 15.4%의 세율로 세금을 154만원을 내야 하지만 ISA에서는 79만2000원만 납입하는 것이다. 소득은 각 상품에서 얻은 손해와 이익을 합쳐서 계산한다.
3년간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운용 수익이 비과세 한도인 200만원을 넘었다면, 기존 중개형 ISA를 해지하고 다른 증권사 계좌로 갈아타면 200만원 비과세 혜택을 다시 누릴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과 ETF가 인기를 끌다 보니 해외 주식형 ETF에 주로 투자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절세 효과를 노리고 ISA 개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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