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2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기초 조사 내용을 공유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조위는 사고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및 관제 교신 기록 등을 동기화·분석해 재구성한 충돌 직전 상황을 초 단위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4분 43초 공항 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해 처음 교신했다. 관제탑은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01활주로로 착륙 허가를 했다.
FDR와 CVR의 8시 58분 50초부터 기록은 동시에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에 사고기의 양쪽 엔진이 조류와 충돌한 영향으로 기내에 전원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사고기는 속도 161노트(약 298㎞)로 498피트(약 151m)의 낮은 고도에서 운항하고 있었다.
이어 8시 58분 56초, 조종사가 복행하면서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이는 녹음이 남아 있지 않아 사조위가 관제 기록과 동기화를 통해 추정한 시간이다.
무안공항 CCTV에는 항공기가 복행하던 중 새떼와 접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불꽃이나 연기가 보이지는 않으나, 기체가 다수의 조류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기는 이어 약 4분간 활주로 왼쪽 상공을 비행하다가,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로 착륙하려 오른쪽으로 선회했다. 이후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했고, 오전 9시 2분 57초에 활주로 너머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사조위는 "운항 상황 및 외부 영향,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블랙박스 및 관제 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이라며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양쪽 엔진에서는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가창오리는 떼로 날아다니는 군집성이 강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사조위는 엔진 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을 분해 검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엔진 제작국인 프랑스의 조사 당국인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지난 14일부터 협력해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조위는 지난 20일 초기 현장조사를 마쳤고, 지난 21일 정밀 분석이 필요한 엔진 등의 잔해를 서울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다. 블랙박스와 관제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해 분석 중으로, 이는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사조위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기초 조사 내용을 담은 예비보고서를 27일까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항공기 제작국인 미국, 엔진 제작국인 프랑스, 사고 희생자 2명이 나온 태국에 보낼 예정이다.
또한 잔해 정밀 조사와 비행 기록 문서 확인 등을 통해 사고기의 운항 전반에 대해 분석을 이어갈 계획이다. 긴급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항공사 등에 안전권고를 내릴 방침이다.
아울러 전문적인 조사·분석이 필요한 로컬라이저 둔덕 및 조류의 영향에 대한 부분은 국내 기관에 별도의 용역을 의뢰할 방침이다.
사조위는 "그동안 현장에서 긴박하게 초동 조치·조사에 임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운항·정비 등 그룹별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세부 사항을 분석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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