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는 산업 정책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한국 등 동맹들의 대미투자 압박을 위해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한국 기업 등과 체결한 보조금 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트닉 지명자는 29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의 훌륭한 동맹들은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해왔다”며 일본의 철강과 한국의 가전을 사례로 거론했다. 이어 그는 “동맹들이 미국 내 제조업 생산성을 늘리도록 그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투자를 종용할 수단은 관세다. 러트닉 지명자는 “관세가 기업들이 돌아와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관세로 상호주의, 공정성과 존경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앤디 김 의원(민주·뉴저지)이 ‘동맹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관계 악화가 우려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중국에 대한 관세가 가장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유럽·일본·한국 등 동맹 정부도 지금껏 무역에서 미국을 존중하지 않고 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관세로 미국 현지 생산을 장려하겠다는 구상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이행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하원 공화당 행사에서 미국 기업 월풀이 한국의 세탁기 덤핑 때문에 공장을 닫을 지경이었다며 “우리는 50%, 75%, 심지어 100% 관세를 부과했고 이제 그들은 번창하고 있다”고 생색을 냈다.
러트닉 지명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업들과 맺은 반도체법 보조금 계약을 이행할지 묻는 질문에 그는 “내가 이행을 약속하기 위해서는 계약들을 읽고 분석해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검토 뒤 번복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 보조금을 뒤집을 가능성을 우려해 임기 막바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미 투자 기업들과 보조금 지급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날 러트닉 지명자의 발언을 고려하면 이런 보조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트닉 지명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현대차 등에 혜택을 줬던 리스용 전기차 세액공제에 반대 입장도 나타냈다. 그는 유럽산 롤스로이스 전기차가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끝내야 한다”고 단언했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에게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주도록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 및 업계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리스 차량은 이런 요건과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했고, 현대차는 전기차 리스를 확대해왔다.
한편, 러트닉 지명자는 이날 최근 미국에 충격을 준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와 관련해 “중국이 우리와 경쟁하려면 경쟁하도록 두자”면서도 “하지만 우리의 도구를 사용해 우리와 경쟁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수출통제와 관세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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