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친미는 반중 반미는 친중?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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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입력 2025-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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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대한민국 새판짜기] ⑦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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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 새판짜기] ⑦
 
예상대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트럼피즘(Trumpism)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앞세운 이 기조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미국적 힘을 바탕으로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전쟁 위협은 물론 무역 분야의 문제도 비(非) 무역 분야와 연계시킨다. 또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상호 관세 적용과 함께 유엔 기구 등을 통한 미국 주도의 전통적인 외교 수단도 행정명령을 통해 연일 폐기하는 중이다.
물론 목표 달성을 위해 협상보다는 강압적 방식을 선호하는 이러한 트럼피즘이 과연 미국의 의도대로 온전히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피즘은 ‘강한 자는 원하는 것을 하고, 약한 자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투키디데스(Thucydides) 적 논리에 기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미국의 유화적 외교가 미국을 타국에 이용당하게 했기 때문에 강압적 힘을 바탕으로 한 강경한 입장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강압적 태도가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하락시켜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경고나 지나친 관세 무기화가 미국의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트럼프 재선은 이러한 트럼프의 생각에 대한 미국인들의 긍정 표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탄생시킨 이들은 기존의 국제 질서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미국이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관세 부과를 선호하고, 파나마 운하의 재탈환이나 캐나다 병합, 그린란드 인수 언급 등 19세기식 세력 균형과 세력권 개념을 반영하는 정책이 추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맹도 미국 재정에 부담이 되는 요소로 간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들은 미국을 존중해야 하며, 결국은 미국의 입장에 순응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성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트럼피즘이 갖는 이중성도 잘 파악해야 한다. 강공일변도로 보이지만 고도의 계산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된 25% 관세는 한 달 잠정 연기되었고,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도 양국 간 협상에 따른 변화 소지가 있다. 관세 무기화는 직접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품의 가격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직접 효과 외에 간접적으로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멕시코나 캐나다 같은 우회 생산기지를 이용해 미국에 막대한 무역 적자를 안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이나 한국·일본 기업들에 대한 경고로도 활용하는 등 트럼프가 말하는 거래의 기술, 즉 협상의 지렛대 역할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피즘이 국내적으로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 마약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대외적 일차 목표는 중국을 도전자의 반열에서 영원히 떨어뜨리는 것이다. 비록 중국이 10% 관세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베이징은 워싱턴을 초월하는 조치의 실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이 미국의 글로벌 패권의 기반을 와해시킬 것으로 보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의 외교적 활동 반경이 오히려 확대될 수도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미국 시장 진출의 간접 경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은 13년째 제조업 1위를 차지하는 강력한 수출국으로 작년 무역 흑자가 거의 1조 달러에 육박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수출 시장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키우려 했던 지역에서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줄이고 있어, 중국에서 멀어질 수 있는 동맹국들에 대한 설득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특히 조지프 나이가 트럼프가 소프트 파워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하드 파워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에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시각에 기대는 눈치다.
이런 트럼피즘과 미·중 경쟁 사이에서 탄핵 정국을 맞고 있는 정상 외교가 실종된 한국의 처지는 안타깝다. 전례 없이 불확실한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흔들림 없이 외교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 치의 공백이 없도록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특히 첨예하게 전개되는 미·중 경쟁은 다른 나라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든다. 기술 패권의 핵심인 인공지능(AI) 경쟁도 미국 빅테크 대비 10%의 비용으로 중국이 탄생시킨 ‘딥시크(DeepSeek)’의 출현은 다른 국가들을 소외자로 만들고 있으며 글로벌 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미 동맹 구조와 한·중 협력 구조의 차별성 역시 우리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양대 강국이다. 특히 북핵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의 안보에 유일 동맹인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국가안보의 핵심 사안이다. 워싱턴 선언 및 한반도 핵 억제·핵 작전 지침 등에 기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발전 추진이나 한·일 관계 개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미·일 3국 간 협력도 계속 추진돼야 한다. 또한 나아가 NATO 등 유럽 및 인도·태평양 지역 유사 입장국과의 국제 연대를 강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등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미·중 관계에 있어서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미국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 무임 승차국이 아니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실질적 협력자임을 부각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의 제1 투자대상국이며, 한국의 첨단 제조 공장들이 미국의 고용 창출과 기술협력에 공헌하고 있음을 분명히 설득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 해군력 증강의 핵심인 조선업 분야의 강력한 협력자인 한국에 대해 미국이 한국을 압박으로 일관하지 않도록 잘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중국의 접근을 무조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의 핵심 경제파트너이며,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북한에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국제관계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 선별적 대응은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는 상호 인식의 공감대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고 이 때문에 한·중 협력은 실질적으로 위기 요인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중 관계의 불안정성 확대 추세는 한국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전략 갈등은 미국의 대중 압박 심화와 중국의 강경 대응 기조 속에서 다양한 변수를 양산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 더 많아질 개연성이 크며, 북핵 문제로 인한 한국의 대미 경사(傾斜)에 대해 중국의 우려도 우리에게 계속 전달될 것이다. 중국에게 핵심 이익이 있으면 우리에게도 핵심 이익이 있고, 미국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과 완전히 일치할 수도 없다. 문제는 여하히 친미(親美)는 반중(反中)이고 반미(反美)는 친중(親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는가에 있다.
이제 향후 4년간 미·중 갈등은 일단 표면적으로 최고조를 향해 달릴 것이다. 또한 미·중의 경제력과 군사력, 소프트 파워 등이 갈수록 더욱 커지면서 다른 나라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고립주의적 색채를 띠지만 선별적 고립주의 경향이 강하고, 중국의 대응도 대미 결사 항전으로만 치달을 수는 없다. 우리가 처분을 기다리는 방관자가 되거나 미·중이 파 놓은 타자(他者)의 함정(陷穽)에 빠지지 않으려면 사안별로 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적 논리 구축이 필요하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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