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보다 1.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6962억 달러로 추정되는 만큼 올해 수출 목표는 7000억 달러 이상이다.
지난해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쌍끌이'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다. 자동차 역시 미국 시장 등에서 호조세를 보이면서 2년 연속 7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후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무역 장벽을 고려한 상호 관세와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도 예고했다.
주요 기관들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1년 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상반기 수출액은 0.2% 감소를 점쳤다.
이는 지난해 수출이 '상고하저'를 나타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출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당히 좋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조정되는 국면을 보였다"고 말했다.
◆韓 주력 산업 대부분 '먹구름'...조선만 예외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업종에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최근 주력산업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조선 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은 올해 1분기에도 둔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AI 관련 고성능 제품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범용 반도체의 수요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시장 초과공급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확대되고 신형 AI칩 출시가 지연된 영향이 크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내수가 신차 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로 소폭 개선되겠지만 수출은 유럽 시장 판매 부진 등 하방 리스크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회복에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 지연·공급과잉 등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역시 미국발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에 성장세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김상미 한은 충북본부 과장은 "미국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친환경 소비자 세제 혜택이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당분간 이차전지 산업 성장세 둔화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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