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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해외로 해외로, 모든 것이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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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5-02-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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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학생들에게 경제학원론의 '국민소득 3면 등가의 원칙'을 설명할 때 '누출(leakage)'과 '주입(injection)'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누출은 경제 활동에서 자원이 경제 외부로 빠져나가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소비·투자·정부지출이 줄어드는 경우다.

저축, 조세, 수입이 누출에 해당된다. 경제주체인 개인이나 기업이 소득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는 경우 소비수요 감소, 기업수익 감소, 요소비용 감소에 이어 소득 흐름의 일부가 빠져나가게 된다. 조세 역시 가계소득 감소를 유발하므로 누출에 해당된다. 수입은 국내 소득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역시 누출이다.

반면 주입은 경제에 자원이 새로 유입되는 과정으로, 소비·투자·정부지출이 증가할 때 발생한다. 누출과 주입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주입이 누출보다 많으면 경제가 활성화되지만 과도한 주입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경기과열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 반대로 누출이 주입보다 많으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실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왜 7년째 저성장 상태일까.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지나 40년에 와 있다. 반면 미국은 2000년 초 성장이 반짝했다가 2010년부터 다시 고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2년 평균 2% 성장하기도 힘든 상태다.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누출과 주입 과정에서 인구문제, 국내 부동산 문제와 해외부문에 있다.

최근 '내수 부진'이라는 단어가 화두다. 그런데 사실 이 통계는 틀렸다. 국내소비는 감소했지만, 국내와 해외를 더해보면 소비는 분명히 늘었다. 예를 들어, 카드결제 금액으로 볼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해외결제는 증가했다. 여기에 통계에 잘 안 잡히는 동남아 여행에서 현지통화 결제분을 감안한다면 훨씬 더 많이 증가한 것이 된다. 인구 감소에도 국내와 해외를 합한 결제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수의 일부가 해외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음으로 인구문제다. 이는 노동문제와 직결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는 한참 전부터 줄고 있다. 2024년 출생자수는 24만2000명이고,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서는 연간 약 8만명이 태어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현 시점에서 더 큰 문제는 기술 인력들이 해외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으로 직장을 잡아 영주권을 획득하는 등의 기술인력 수가 연간 6000명을 넘기고 있다. 영주권을 획득하지 않은 비자까지 합친다면 훨씬 큰 숫자가 될 것이다.

이들 중 많은 비율은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득도 높고 삶의 만족도도 높은 상황에서 낮은 임금과 높은 주택가격 때문에 돌아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까지 합하면 해외로 빠져나간 인구는 연간 1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천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는 타파하기 어렵다.

경제성장론에서 생산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 자본, 기술이다. 인적자본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은 해외로 빠지고 있고, 기술도 같이 빠지고 있다. 물적자본 또한 해외로 빠지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도 있으나 굳이 국내에서만 사업할 필요도 없고 해외로 물적자본이 빠지고 있는 상태다. 물론 해외에서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강제할 수도 있으나 계속 기업들은 해외로 빠지고 있고, 해외에서 성과가 없어 국내로 유턴하는 기술기업의 수도 많지 않다.

장기 저성장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가계의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앞의 현황을 잘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다만 단기적인 답은 없고, 장기적인 답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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