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회생법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홈플러스는 이날 0시 3분쯤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이날 오전 해당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법원은 대표자 심문을 한 뒤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현재 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최근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 조달 비용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금융 채무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이 없으면 오는 5월쯤부터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유통업계와 자본시장에선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2015년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고가에 인수하면서 홈플러스가 경영 악화에 빠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사례라고 지적한다.
홈플러스는 연간 매출액이 7조원을 넘어 이마트에 이어 2위 대형마트 업체지만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 '적자의 늪'에 빠졌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2021년과 2022년, 2023년에 각각 1335억원과 2602억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2023회계연도에 5743억원이 발생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3분기 누적 가결산 기준 매출액은 5조3000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은 1571억원으로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말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 부채비율은 1408%에 달했다. 4개월 전부터는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납품업체와 협의해 대금을 1~2개월 뒤 정산하면 지연 이자를 주는 조치도 시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단기 재무 부담을 덜게 됐으나 점포 매각으로 약화된 수익 기반과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 수익성 제약 속에 실적 회복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한 단계 내리면서 △영업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점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중단기 내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이 1400%를 넘었다고 본다. 이는 회사의 총부채가 총자산의 14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사항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한 뒤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 예방적 차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