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5일 한국 경제의 파고를 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을 만났다. 민주당 대표가 한경협 회장을 만난 건 10년 만이다.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경협)를 찾아 허창수 회장을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교류가 끊긴 탓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둘의 만남 자체가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날 회담에서도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 듯한 발언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당내에서도 오늘 만남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고 하는데 못 만날 이유가 어디 있겠나"라며 "전쟁 중인 적군도 만나는 게 세상 이치인데, 국가경제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연합은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진 회장 역시 "10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마치 예전에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 같다"며 "이 대표께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시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적극 동감한다. 결국 해법은 성장"이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회담 중간중간에도 웃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상법 개정과 주52시간제 예외 등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 측에서 주52시간제 예외 문제에 대해 일부 쟁점이 있지만 '대화의 물꼬'가 터졌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며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 재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에 이 대표는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추가 근로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 등이라면 현행 제도 내에서도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다"며 "AI 투자, 국내생산촉진체제 등 정말 필요한 사안을 갖고 논쟁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고 했다.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 대표는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갖는 불안감과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 강화가 어렵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며 "국제표준에 맞춰 하는 것인 만큼, 이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3월 내 상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무를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이 대표와 한경협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대규모 규제 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전수조사한 규제 리스트를 제작해서 동그라미, 세모, 엑스(X)표로 분류하고 불필요하고도 행정편의적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자는 제안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마 앞으로 이 대표가 회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규제개혁 이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한경협이 전달한 '경제살리기 10대 과제' 정책 건의서를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소통하며 정리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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