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이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전산 투자에 썼지만 오류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형 증권사들의 시스템에서 다양한 오류가 발생하면서 투자자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61개 증권사의 지난해 전산운용비는 96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7% 늘었다. 증권사 전산운용비는 2020년 5802억원에서 지속 늘었지만 벌어 들인 수익 대비 증가세는 가파르지 않다.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을 감행하면서 온라인, 디지털 강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스템 오류는 이어지고 있다.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 지난 4일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식 체결 조회 지연, 실시간 시세 조회 오류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들 증권사는 위탁매매 점유율이 가장 높은 두 곳이다.
특히 ATS 출범에 대비해 시스템 준비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도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 전산 서비스 장애에 대한 현황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메리츠증권도 해외 기업의 합병 비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주식 거래를 진행하면서 투자자 혼란을 불러왔다. MGO글로벌 주주는 MGO글로벌 주식 30주당 하이드마 주식 1주를 받아야 하지만 1대 1의 비율로 주주들이 받고 그대로 거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광고비 증가율은 전산운용비 증가율을 앞질렀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광고비는 4321억원으로 규모는 전산운용비의 절반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18.13%로 더 높았다. 해외 주식 거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이 광고비 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점유율 확대를 위해 TV 등 대중 매체 광고는 물론 투자지원금 지급, 주식 증정 등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시스템 오류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특히 증권사들이 벌어 들인 수수료 수익에 비해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수탁 수수료 수익은 2조5000억원을 넘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들이 시스템 투자를 늘리면서 전산 장애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류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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