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임직원의 자회사와 출자회사 재취업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명이 다른 자회사로 동시에 이동하거나 퇴사일에 맞춰 곧바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산업은행에서 자회사 또는 출자회사로 재취업된 퇴직 임직원은 총 2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 재취업 인원도 11명이었다.
2018년 2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공기관들은 2019년부터 직전 5년간 공공기관 퇴직 임직원에 대해 자회사·출자회사·재출자회사 재취업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공기업 임직원들의 퇴직 후 자회사나 출자회사 재취업을 감시하기 위한 조치로, 공시 이전엔 재취업 숫자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 임직원들은 산은이나 수은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관리·감독하는 기업에 낙하산으로 재취업했다. 자리도 대표이사나 법인장, 부사장 등 요직이 대부분이었다. 전·현직 임직원이 재취업을 위해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행은 이미 자리 잡았다. 직급이 높을수록 안정적인 자회사나 알짜 출자회사로 재취업하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2019년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출범했는데 이 자리는 사실상 '산은 2인자'인 수석부행장 몫이 됐다. 2019년 이대현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현 대표이사도 최대현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재취업하거나 퇴직 다음 날 곧바로 재취업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예를 들어 2022년 11월 7일에 산은 임원급 인사 3명은 나란히 자회사인 KDB인프라자산운용과 KDB인베스트먼트에 취업했고, 수은 임직원은 주말 전일(2024년 12월 6일)과 다음 날(12월 9일) 나란히 수은 해외법인으로 이동했다. 2024년 7월 4일 퇴사 다음 날인 5일 재취업(수은)하거나 2023년 2월 19일 퇴사 후 20일 재취업(산은)하는 등 '꽂아넣기' 인사도 적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공시 의무화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어도 별다른 처벌이나 제재는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기관의 자정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순혈주의 색채가 강한데 국책은행은 더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며 "산은·수은이 지분을 갖고 있는 사기업으로 재취업은 공시 대상이 아니라 실제 낙하산 인사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은 "현재 산업은행에서는 목적성이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퇴직 임직원에 대해 재취업을 허용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주주로서 관리·감독 필요한 금융 출자회사만 경영진을 선임하며 비금융 출자회사는 취업 대상 기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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