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풀었다지만 금융 소비자들이 실제로 대출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금리 인하 기조에 더해 3월 이사철까지 겹치면서 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은행들이 '일별 관리'를 시작하는 등 규제 완화 속에 또 다른 미세 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어서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까지 대출 접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은 매일 신청이 시작되는 오전 9시에 맞춰 접속해도 대출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하루 접수량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실제 오전 9시에 대출 신청을 누르면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 및 실수요자 공급을 위한 일별 판매한도가 소진됐다'는 안내가 뜬다. 한 고객은 "8시 57분부터 계속 신청을 누르고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버 시간에 맞춰 신청을 눌러야 한다' '집주소, 매매가격, 소득정보 등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 것을 자동입력 설정해둬야 한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3~4월은 신학기 이사철이라 더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가상수요도 섞이면서 신청이 지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뱅크 비대면 상품인 iM주택담보대출도 일별 신청이 제한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주담대 상품과 대출 갈아타기 상품은 여전히 연일 마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작년 하반기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은행들이 실행한 각종 규제가 새해 들어 하나씩 풀린 데다 대출 금리까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주담대 5년 변동(주기형) 상품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낮췄고 NH농협은행도 6일부터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하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스트레스 금리는 현 0.75%(수도권 주담대는 1.20%)에서 1.5%로 높아지게 된다. 이는 상반기 내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가 대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은 올해부터 가계부채 관리 상황을 월별·분기별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만큼 일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곳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은행은 지난해 2분기와 같은 가계대출 급증 현상을 우려해 여전히 주택 소유자에 대해 수도권 추가 주택 구매를 위한 주담대를 막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주담대 공급량을 늘려왔지만 올해는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함에 따라 물량 조절 눈치싸움에 들어갔다"며 "작년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직전에 '막차 수요'가 급등했던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주담대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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