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국내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며 매서운 추격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업체들은 인공지능(AI) TV를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AI TV’ 신제품을 나란히 내놨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2025년 AI TV 신제품’의 판매 모델은 Neo(네오) QLED·OLED TV로, 사용자의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해 필요한 행동을 추천하는 ‘홈 인사이트’, 집안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는 ‘홈 모니터링’ 등 AI 기능을 갖췄다. 또 TV 리모컨에는 '클릭 투 서치'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AI 버튼이 새롭게 추가돼 사용자는 시청 중인 콘텐츠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추천받고 관련 정보도 받아볼 수 있다.
LG전자도 이날 ‘2025 LG 올레드·QNED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해당 제품 리모컨에서 AI 버튼을 짧게 누르면 ‘AI 컨시어지’ 모드로 진입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안하고, 길게 누르면 음성 인식이 활성화돼 ‘AI 서치’, ‘AI 챗봇’, ‘AI 맞춤 화면·사운드’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최대 10명까지 목소리를 구분해 인식하는 '보이스 ID' 기능을 통해 계정을 전환하고, 개인별 최적화된 콘텐츠와 화질 구현이 가능하다.
◆ TV 시장 中에 추월 당해
중국은 TV 시장에서 마저 한국 업체를 추월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넘어섰다. 출하량 기준 중국 TV 브랜드인 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31.3%로, 삼성전자·LG전자의 점유율 28.4% 뛰어 넘었다.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0년 24.4%에서 2021년 26.3%, 2022년 28.4%, 2023년 29.6%를 기록하다가 지난해엔 사상 처음 30%대를 넘어섰다.
반면에 한국의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0년 33.4%에서 2021년 32.6%, 2022년 31.3%, 2023년 29.8%로 30%대 아래로 추락했다.
◆ AI 프리미엄 승부 전략 통할까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에 맞서 한국은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프리미엄 라인에선 한국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옴디아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출하량을 기준으로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0.5%, LG전자는 30.6%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중국 TV 주요 브랜드인 TCL은 1%, 하이센스는 0.5% 수준에 그쳤다. 한국 기업의 비중만 80% 이상에 달했다.
다만 한국 기업이 주력해온 프리미엄 TV 시장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업체들은 LCD 기반의 초대형 미니 LED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TCL은 세계 최대 크기인 115인치 QD 미니 LED TV를, 하이센스는 110인치 미니 LED TV를 공개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전자는 중국 TCL 등 후발주자들과의 격차 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백선필 LG전자 상무는 “1000 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출하량 및 매출 모든 면에서 1등을 하는 게 LG전자의 비전”이라며 “패널과 모듈은 중국에 의존해야 하나,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은 LG전자가 자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서비스가 지원하는 언어의 범위 역시 LG전자가 넓다. 백 상무는 “23개의 언어를 지원하는 TV는 LG전자가 유일한 수준으로, 경쟁사들은 10개 언어를 넘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상황을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멕시코에 TV 생산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시장 경쟁력이 더 하락할 우려가 커서다.
백 전무는 “LG전자가 여러 국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고객분들에게 관세를 최대한 절감해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당장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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