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은행권에서 모임통장 상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로 인기가 시들해진 예·적금 대신 모임통장을 저원가성 예금 확보를 위한 새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전략 때문입니다. 상반기 안에 저축은행까지 잇달아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모임통장을 악용한 사기뿐 아니라 자칫 모임비가 압류될 가능성도 있어 소비자들은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 낮아지자…‘모임통장’으로 자금 조달 나선 銀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6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모임통장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통합 앱으로 각 저축은행의 모임통장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전체 저축은행 79곳 중 해당 서비스를 준비하는 곳은 67곳에 달합니다.
저축은행의 모임통장 서비스는 추후 금융권 경쟁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금융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모임통장은 하루만 돈을 넣어둬도 이자를 지급하는 ‘파킹통장’의 역할도 하는데, 현재 출시한 상품 가운데 최고 금리는 2.0% 수준입니다. 모임통장 특성상 자금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이자율은 모임통장 상품을 택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은행들이 모임통장에 힘을 쏟는 데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 전략이 자리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며 자연스럽게 예·적금 상품 금리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에는 3%대 예·적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그만큼 예·적금에 가입하는 소비자도 줄고 있습니다. 대신 모임통장을 전략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임장 채무에 ‘회비’ 압류…전세·중고거래금 편취도
은행의 마케팅 활성화에 힘입어 모임통장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모임통장을 통한 피해사례도 다양하게 접수돼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계좌의 주인이 되는 ‘모임장’의 채무 문제가 자칫 모임비에 대한 압류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민원인 A씨는 한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던 중 이자 연체로 기한 전 채무 변제 의무가 발생했는데, A씨 명의의 모임통장까지 상계 처리가 됐습니다. 다시 말해 모임장의 빚을 갚는 데 모임비도 쓰였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은행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입니다.
해당 민원에 금감원은 은행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은행은 대출 연체 등 ‘기한이익 상실(만기 전 대출금 회수)’ 사유 발생 시 채무자 명의의 예금을 대출 원리금과 상계할 수 있음을 상품 설명서 등을 통해 안내했기 때문입니다. 모임통장은 모임장 개인 명의의 통장이고 모임비의 지급, 해지 등 잔액에 대한 모든 권한이 모임장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으론 모임통장이 다수가 함께 사용하는 상품이란 점을 악용한 사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고 거래나 전세금 편취 등의 사례가 있습니다. 모임통장의 이름을 실제 본인 이름으로 하고, 마치 모임통장이 아닌 개인 계좌인 것처럼 속이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김포 운동 모임’이라는 동호회라 가정하고, 모임통장 이름은 앞 글자만 따서 ‘김운모’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으로 모임통장에 돈을 송금할 때 ‘김운모’로만 이체 계좌명이 뜨기 때문에 개인 계좌가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잘못된 계좌로 송금될 수 있는 만큼 자금이 큰 전세 계약이나 중고 거래의 경우 반드시 추가 확인을 해야 합니다.
모임통장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며 은행에서도 일부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한 번 신규 모임통장을 개설했다면 영업일 기준 20~30일 이후 새 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쏠(SOL)모임통장’은 한 사람당 최대 5개까지만 모임통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