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비상계엄 당시 반공법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해직 교사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국가로부터 약 2억90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19일 관보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이태영씨(70)에 대한 형사보상금 2억9146여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형사보상제도는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구금이나 재판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다.
경남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독일어 교사로 근무하던 이씨는 1980년 3월 군에 입대한 지 한 달 만에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이씨가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김일성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기소 이유였다.
이씨는 대학 재학시절 교정에서 친구들과 “김일성과 박정희는 장기 집권 면에서 다를 바 없다”, “반공법은 국민을 억압하는 악법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대화를 나눈 것이 북한을 찬양하고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행위로 간주됐다. 결국 유죄 판결을 받은 그는 교사직에서 해직된 뒤 학원 강사로 일했으나, 공안 당국의 감시와 방해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씨 사건을 조사한 결과, 당시 보안사령부(현 방첩사)가 군 입대 전부터 불법적으로 내사를 진행했으며, 체포 후에도 구금과 고문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열린 재심에서 “1980년 3월 8일 구속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구금됐으며, 구금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은 증거로 인정될 수 없으며, 김일성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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