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생 연기 펼친 이병헌 '승부', '유아인 리스크' 지울까

배우 이병헌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영화 '승부'가 마침내 극장에서 승부를 건다. 김형주 감독과 배우 이병헌은 '정면 돌파'를 선택, '진정성'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영화 '승부'는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형주 감독과 배우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이 참석했다.  

김형주 감독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캐스팅 당시에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주연 배우로서 무책임할 수도 있고,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우이기 전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잘못에 대한 처벌을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대사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갇힌 기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막막했다. 그러나 출구 쪽에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과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란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라도 발라준다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고창석, 현봉식, 이병헌, 김형주 감독, 문정희, 조우진. 2025.03.07[사진=유대길 기자 [e-mail]]

영화 '승부'의 개봉 과정은 그야말로 순탄치 않았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투자·배급을 맡아 제작된 '승부'는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 개봉이 어려워지면서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를 계획했다. 하지만 공개를 앞두고 유아인의 마약 상습 투약 혐의가 불거지면서 영화는 표류했고, 이후 '비상선언' 역바이럴 논란을 일으켰던 바이럴 마케팅 전문 기업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배급을 맡으면서 가까스로 극장에서 개봉하게 됐다.  

'유아인 리스크'로 많은 우려를 샀지만, 공개 직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배우 이병헌의 연기력이었다. 매 작품마다 '인생 연기'를 펼치는 그이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조훈현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스크린 속 그의 연기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승부'의 여러 자료 화면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더라. 두 레전드 바둑 국수의 사연과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다.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을 시작할 때는 바둑판 앞에서 감정 변화 없이 모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표정하고 정적인 가운데 폭발하는 감정도, 절망적인 감정도 있어야 했다. 극단적인 감정을 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신경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훈현 국수가 초심으로 돌아가 한 계단씩 올라가는 과정이 실제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그 감정을 연기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 늘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때 기대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 설렌다. 조훈현 국수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이 영화 속 승부와 도전의 마음이 겜블러의 마인드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내가 했던 '올인'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제자 이창호를 연기한 유아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병헌은 "처음 '승부'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감이 컸고 설렜다. 개인적으로 유아인과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 더욱 궁금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생각보다 과묵한 후배라는 걸 알았다. 신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장면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고창석, 현봉식, 이병헌, 김형주 감독, 문정희, 조우진. 2025.03.07[사진=유대길 기자 [e-mail]]

배우들도 이병헌의 연기력을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조우진은 "이병헌 선배님의 연기는 미쳤다. 눈만 마주쳐도 없던 몰입감이 생길 정도였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셨다. 특히 미니멀한 액팅임에도 모든 감정을 담아내는 모습이 감탄스러웠다"고 밝혔다.  

고창석은 "가까이에서 이병헌 선배님의 연기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팬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조훈현 국수님의 바둑을 봐왔기에 그의 연기를 보면서 마치 어릴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병헌"이라며 극찬했다.  

이병헌의 '인생 연기'는 '승부'의 승리를 이끌 수 있을까. 업계 관심이 한데 쏠린다. 3월 28일 극장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