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방문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0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첫 대면 회담을 갖고 중국의 군사 침략에 대한 일본의 억지력과 일본의 자발적인 방위비 증액을 촉구했다.
공영 NHK방송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도쿄 방위성에서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데 필수 파트너”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대만해협을 포함한 이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억지력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억지력 재구축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도 억지력을 강화해 자유로운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방위력을 투자하는지 더 깊이 알기를 기대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나카타니 방위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서로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회담 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일본이 필요한 능력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구체적인 국방비 수준을 언급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자발적인 증액을 촉구한 모양새”라고 짚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각자의 방위력 강화와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에 대해 긴박감을 갖고 추진해 나갈 결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방위비 증액 논의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자체의 판단과 책임으로 진행해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이해를 얻었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일본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조기에 증액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국방비를 2027년도(2027년 4월~2028년 3월)까지 GDP 대비 2%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 밖에도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주일 미군사령부를 개편하고 새롭게 ‘통합군사령부’를 발족시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1단계를 개시했다”면서 “싸울 수 있는 사령부로 개편한다”고 언급했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는 지난 24일 일본 측이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일원적으로 지휘하기 위한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한 데에 맞춰 미국이 사령부 기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조직이다. 주일 미군에 통합군사령부를 설치하는 계획은 조 바이든 전 정권이 결정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정권에서 계속해서 추진될 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어 왔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발족 준비가 시작됐음이 확인됐다.
회담에서 양측은 미국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AMRAAM)의 공동 생산을 조기 개시하기로 합의했으며, 우주 및 사이버 분야의 안전보장 협력 확대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29일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올해 태평양전쟁 종전(終戰) 80주년을 맞아 태평양전쟁 격전지였던 이오토(硫黃島)에서 열린 미·일 합동 위령식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나카타니 방위상과 함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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