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최대'...미분양 해소 나섰지만 매입가격에 건설사·LH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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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5-04-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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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내놓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미분양 매입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분양 해소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입지의 물건을 LH가 적정한 가격에 매입해야 하는데 매입가격을 두고 건설업계와 LH의 시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61가구로 1월보다 3.5% 감소했다. 그러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3722가구로, 1월에 비해 3.7% 증가했다. 2013년 10월(2만4667가구) 후 11년 4개월 만의 최대 수준으로, 19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분양 적체로 인한 지방 건설사 유동성 위기 및 지역 경기 침체 등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지난 2월 LH의 지방 미분양 매입을 골자로 하는 미분양 대책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미분양 해소에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분양 매입가격이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LH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매입할 때 매입가격을 LH 감정가의 83%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매입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불만이 나온다. 매입 단가 기준이 분양가가 아닌 LH의 자체 감정평가액이어서 실제 분양가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난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거나 입지가 좋지 않아 추후에도 분양이 쉽지 않은 물건을 보유한 업체들로 참여가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매입 물량을 채우기 위해 시장성이 떨어지는 물건까지 매입하면 결국 공실 문제가 되풀이될 공산이 커질 우려도 있다. 앞서 LH는 2008∼2010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7058가구 매입 당시 분양가의 70% 수준에서 매입했는데 지난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공실인 주택이 약 10채 중 1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LH가 매입가격을 높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민간 건설사의 미분양 문제를 자구노력 없이 공공기관이 해결해 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매입 단가를 높이는 것도 부담이다. LH의 부채는 지난해 반기 기준 152조3510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208% 수준이다. 올해도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2월 말 기준 8800억원어치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LH 매입만으로는 미분양 해소에 한계가 있다며 결국 수요를 유인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LH 부채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대책"이라며 "지방 미분양에 한해 다주택자 중과나 취득세 등 세제 혜택을 주거나, 법인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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