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1만가구 매입' 카드 꺼낸 정부... "자금난엔 단비, 미분양 해소엔 역부족"

  • 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최다…업계 "수요 없는 매입으론 해결 역부족"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지방의 준공전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1만가구 매입키로 했다.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반값에 사들이는 대신 준공 후 건설사가 이를 다시 환매하는 것이다. 지방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지방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매입 정책만으로는 구조적인 해법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첫 추경안에는 PF 사업장 지원 8000억원, 집행가능 SOC 조기 투자 1조4000억원, 국립시설 개보수 5000억원 등 총 2조7000억원 규모를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PF 사업장 지원 항목에는 미분양 주택 매입에 3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8년까지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가구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기로 했다. 환매조건부란 분양가격의 50% 수준으로 매입하고 준공 후 분양에 성공하면 매입 가격과 이자 비용을 더해 1년 뒤 건설사에 환매한다는 의미다. 미분양 해소에 실패해 환매를 할 수 없게 된다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은 정부로 넘어간다. 이번 내놓은 미분양 매입 사업은 2008~2013년 금융위기 당시 시행된 모델이다. 당시 정부는 공정률 50% 이상 단지 약 1만9000가구를 매입했고, 이 중 99% 이상이 환매됐다.

업계에서는 준공전 미분양 주택 매입이 미분양 적체 문제로 당장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에게는 단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 미분양을 풀어낼 해법이라기보다는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의 경우 이미 수요 기반 자체가 약화돼 정부가 일부 물량을 떠안더라도 분양 수요를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028년까지 1만가구, 즉 매년 3000가구 수준의 매입 물량 역시 지방 건설사의 부담을 덜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793가구에 달했다. 이 중 80% 이상인 5만1888가구가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6422가구로, 이는 11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한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있었지만, 현재와 다소 다른 상황도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당시에는 공사비가 단기간에 안정세를 회복하면서 미분양 해소가 가능했지만, 현재 건설업계는 인건비와 안전 및 품질기준강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공사비 상승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과거처럼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매입 방식과 함께 수요를 창출할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방 주택 매입자에게 취득세 및 양도세를 감면하거나 대출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등 세제 인센티브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지방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수요 창출)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요자의 대출 한도를 높이거나 금리 수준을 낮추는 방법과 청약 조건에서 배제하거나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되면 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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