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화 위·변조 대응센터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기록하면서 식품업계의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체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이 계속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2.9원으로 마감했다. 2009년 3월 13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상호관세 부과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겹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식품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식품사는 식품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해 제조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라면, 빵, 과자에 들어가는 원맥(밀가루)과 원당(설탕) 수입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오르면 제품 원가 압박도 가중되는 상황. 통상 업체들이 원재료 재고를 3~4개월치 저장해두지만,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 비용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환율이 오르면 식품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만큼 미국 달러화와 관련된 환율변동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 원/달러 환율이 10% 오른다면 세후 이익이 141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당시 CJ제일제당이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분기 누계 평균환율인 1352.85원.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약 8.6%가량 상승한 셈이다.
대상도 환율 5% 상승에 세전 이익 56억원 감소를 예상했다. 롯데웰푸드도 지난해 분기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세전 이익이 약 48억원 줄어든다"며 "환율 미래 변화는 판매 가격과 매출 이익율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보니 식품업계는 고환율 대응책으로 해외 매출 비중 확대, 현지 공장 설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수출 제품은 달러로 대금을 받아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이 중 라면 회사들은 수출 확대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농심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전용공장을 짓는다. 해당 공장에서는 연간 라면 5억개를 생산할 수 있다. 삼양식품도 올해 상반기 밀양 제2공장 완공을 통해 해외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외 생산시설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할 경우 환율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짓고 있다. SPC그룹도 2027년까지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제빵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부터 고환율 기조가 계속돼 원재료 비용 상승 압박이 커지다 보니 올해 들어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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