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발(發) 관세 칼날이 국내 반도체 업계 턱밑에서 일단 멈췄다.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반도체는 없었다. 다만 언제든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긴급 회의를 열고 향후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놓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에 관세를 매길 경우) 득실을 따졌을 때 엔비디아, 구글 등 미국 업체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빅테크의 사전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감안하면 조만간 반도체에도 25% 안팎의 관세를 부과할 공산이 크다.
또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를 신설하고 보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을 이 기구 산하로 이관했다. 칩스법의 보조금 지급 조건을 변경하고 일부 계약을 재협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예 보조금 백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는 조건으로 미 상무부와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며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대미 수출 비중이 크다고 해도 결국 관세 부과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보조금 백지화 등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 정부와 기업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향후 품목별 관세 조치에 대비해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고 추가 투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에 관세 10%를 매길 경우 대미 수출이 5.9% 줄어들고 25%를 부과하면 10% 안팎 급감할 것으로 추산한다. 트럼프 관세 철퇴를 맞은 각국이 미국 빅테크 등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더 감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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