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트럼프 2기 우려에 美 금고서 1200t 금괴 인출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독일 차기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해 뉴욕에 보관 중인 자국 금괴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차기 집권연합의 일원인 기독민주당(CDU)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미국이 더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뉴욕 연방준비은행 지하 금고에 보관된 금을 인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은 약 1200톤의 금을 뉴욕 맨해튼 연방준비은행에 보관 중이다. 이는 전 세계 독일 보유 금의 약 30%, 금액으로는 1130억 유로(약 181조원)에 이른다.

CDU 소속 마르코 반더비츠 전 의원은 독일 빌트지에 “물론 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금괴 회수 논의가 실제로 진행 중임을 인정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마셜플랜을 통해 경제를 회복하며 수출을 늘렸고, 이로 인한 무역흑자가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금으로 전환되며 대규모 금 보유국이 됐다.

이번 논의는 트럼프 정부가 유럽 동맹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안보 분야에서도 거리를 두는 등 전반적인 불신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1기 때까지는 뉴욕 금고 보관이 달러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유럽납세자협회 미하엘 예거는 “독일 금괴는 가능한 한 빨리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거나, 최소한 유럽 내로 이동시키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다만 독일 중앙은행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으며, 그 신뢰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