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이 증가세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것이란 상장사도 적지 않다. 당장 불이익은 많지 않으나 투자자 신뢰를 잃게 되고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1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총 42건이다. 전년 동기 대비 6건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9건에서 올해 15건으로 늘었고, 코스닥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27건으로 집계됐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건수도 증가세다.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된 공시 건수는 총 51건이다. 유가증권시장 15개사, 코스닥 36개사 등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된 상태다.
코스피 상장사 중 최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된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지난 3월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조3000억원으로 증자 규모를 줄였다. 거래소는 유상증자 결정 공시의 내용 중 발행주식수 및 발행금액의 20% 이상을 변경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
또 감사보고 제출이 지연된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 9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제재금 800만원을 부과받았다. 회사분할 결정을 철회한 DH오토넥스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제재금 1600만원을 부과받았고, 풀무원도 지난달 회사 합병 결정을 뒤늦게 알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제재금 8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는 자금 관련 불성실 공시가 다수였다. 티엑스넥스젠은 13·14·15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결정을 철회해 공시위반제재금 1800만원과 함께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난 9일 지정됐다. 한국유니온제약도 유상증자 결정 철회, 5회차 전환사채권발행결정 철회를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고 벌점 14점, 제재금 4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제주맥주와 셀피글로벌은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하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옵트론텍은 단기차입금 규모 증가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뒤늦게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이 됐다.
한국거래소는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법인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다. 심의 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벌점이 10점 이상이면 하루 동안 주식 거래 정지, 1년 이내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제재를 가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코스닥 상장사 금양이다. 금양은 지난해 9월 4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가 올해 1월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철회하는 바람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누적된 벌금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분류되며 코스피200에서도 제외됐다. 이후 외부 감사인의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고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불성실공시법인이 되더라도 당장 주가가 하락하거나 기업의 불이익은 피할 수 있으나 투자자 신뢰를 잃게 되고, 해당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올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일부 자금난을 겪는 코스닥 상장사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불성실공시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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