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태 삼보컴퓨터 창업자 [사진=아주경제DB]
국내 벤처 1세대 신화를 썼던 이용태 삼보컴퓨터 창업자 겸 명예회장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인은 1980년 삼보컴퓨터를 창업해 대한민국 PC 대중화에 앞장선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삼보컴퓨터를 국내 1위 PC 업체로 키우고 국민들에게 PC를 보급하며 정보통신산업(ICT) 발전의 기틀을 닦았다. 초창기 국내 주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였던 두루넷도 이 회장의 업적이다. 이밖에 서울시 교통신호체계망과 행정전산망 구축에도 참여하며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성장의 일익을 담당했다.
이 회장은 1933년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영덕농업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 합격을 거쳐 서울대 문리과대학 이학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엔 미국 유타대학교 대학원에서 통계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 회장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수학 학원 강사와 수학 참고서 저자로 이름을 날리며 두각을 드러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서울 청계천에서 삼보컴퓨터의 전신인 삼보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자본금 1000만원과 직원 7명에서 시작한 삼보컴퓨터는 설립 6개월 만에 국내 최초의 PC인 'SE-8001'을 만드는 성과를 냈다.
삼보컴퓨터의 제품은 한때 '국민 PC'로 불리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보컴퓨터가 국내 PC 시장의 기틀을 닦자 삼성, 금성(LG), 현대 등 대기업도 PC 시장의 가능성을 깨닫고 관련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이 회장은 PC 시대에 이어 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하고 한국전력과 협력해 광케이블망과 지역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두루넷을 선보였다. 삐삐 서비스 회사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하며 무선통신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러한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1999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20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는 정보통신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하지만 2005년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를 거쳐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재 삼보컴퓨터는 고인의 차남인 이홍선 전 대표가 지난 2012년 다시 인수해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유학교육 단체인 박약회(博約會) 회장을 역임하며 성공보다 행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인생 황혼기에도 교육 사업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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